朴대통령, 비리엄단 및 개혁과제 거듭 강조

입력 2015-03-31 17:17

박근혜 대통령이 31일 국무회의를 통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사업과 관련 비리에 대해 강력한 경고장을 던졌다. 특히 ‘과거에 문제가 있었던 여러 사업들’이라고 언급해 최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을 적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또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해서도 거듭 결단을 촉구하는 등 개혁과제 처리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혈세낭비 사업엔 강력경고, 개혁 위한 결단 촉구=박 대통령은 우선 타당성, 성과가 불투명한 사업에 예산이 투입돼 결과적으로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돼야 하는 사례에 대해 거듭 경고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최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 관련 비리 의혹이나 4대강 사업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경남기업과 한국석유공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2주 전인 지난 17일 “비리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며 부패 척결을 강조한데서 보듯 세금이 투입된 사업의 비리와 모럴해저드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또 국무회의에서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하면서 공무원연금 및 노동 구조개혁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언급했다. 공무원연금에 대해선 “올해만 해도 하루가 늦어질수록 매일 80억원씩 보전액이 들어가고 있다”며 “국회가 시한 내에 연금개혁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내년부터는 매일 100억원씩, 연간 3조7000억원의 세금이 들어가야 하고, 5년 후에는 매일 200억원씩 연간 7조4000억원의 재정적자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야가 합의로 연금개혁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정치권을 독려하기도 했다.

◇AIIB·사드 논란에 “‘큰일났네’ 그럴 필요없다”=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뒤 관저에서 청와대 참모진, 특보단 전원과 함께 비공개 오찬을 했다. 박 대통령은 1시간30여분 간의 오찬에서 정치·외교·경제·사회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대통령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둘러싼 최근 논란과 관련해 “언론이나 이런 데서 우리가 강대국 사이에 끼었다고 ‘아이쿠 큰일났네’하는데 너무 그럴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우리는 의연하게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박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언급하면서 “나중에 특보들도 혁신센터를 한번 둘러보시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어 참모진에게 “나중에는 ‘이런저런 어려움을 잘 극복했지’하면서 웃을 날이 올 것”이라고 당부와 격려도 빼놓지 않았다고 한다.

오찬에는 이병기 비서실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과 수석비서관 10명, 정무·민정·안보·홍보특보 전원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참모진·특보단 전원과 식사를 한 것은 처음이다. 오찬 일정은 전날 오후 갑자기 잡혔다. 각계 여론을 수렴하는 등 소통 강화를 위한 차원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