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랑스 따로 입양 돼 25년 만에 재회한 한인 쌍둥이 자매

입력 2015-03-31 23:17

2013년 5월 영국 런던. 서맨사 푸터먼(27)과 아나이스 브로드에(27)는 서로를 한 눈에 알아봤다. 동그란 얼굴에 구릿빛 피부, 키, 이목구비, 웃는 모습까지 모든 게 똑같았다. 심지어 익힌 당근을 싫어하는 것까지도 같았다. 이들은 20여년 만에 극적으로 다시 만난 쌍둥이 자매였다.

1987년 부산에서 태어나 미국 뉴저지와 프랑스 파리로 각각 입양됐다가 재회한 한국인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트윈스터스(Twinsters)’가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상영된다고 허핑턴포스트가 31일 전했다.

생후 3개월 만에 입양된 서맨사와 아나이스는 스무살이 넘도록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살았다. 두 사람이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사연은 2012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런던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던 아나이스는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다가 한 친구로부터 자신과 흡사하게 생긴 배우의 동영상 캡처 사진을 문자로 받게 됐다. 그녀는 곧바로 동영상을 찾아봤다. 아나이스는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 ‘누가 내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지?’라고 생각했다”고 그 순간을 회상했다. 동영상에 나온 여성은 바로 서맨사였다. 서맨사는 보스턴대를 졸업한 뒤 ‘게이샤의 추억’ 등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서맨사에 대해 추적하던 아나이스는 두 사람이 같은 날 태어났고 그녀 역시 입양아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을 시도했다. 아나이스는 “나는 런던에 사는 프랑스인이고, 부산에서 태어나 입양됐다. 네가 등장하는 영화를 확인해보니 우리는 정말 생김새가 비슷하다. 네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알고 싶다”고 쪽지를 보냈다. 그녀는 “페이스북에서 내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한 번 봐라. 제발 놀라지 말고 너에 대해서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페이스북 쪽지와 아나이스의 사진을 확인한 서맨사는 그녀가 자신의 ‘반쪽’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자매는 이후 런던과 뉴욕 등에서 만났고, 화상통화를 하면서 혈육의 정을 나눴다. 아나이스는 프랑스 국립의상학교와 런던 센트럴세인트마틴 패션스쿨을 졸업하고 현재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자매의 사연은 지난해 ‘출생 직후 이별(Separated@ Birth)'이라는 책으로 출판됐다.

3월 초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다큐멘터리는 이들이 만난 후 2년 간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온라인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홍보 영상에는 두 사람이 화상전화를 통해 처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런던에서 실제로 만난 순간과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모습 등이 담겨있다.

다큐멘터리는 4월 25일 LA 다운타운 아라타니 극장과 28일 오후 LA CGV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