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천정배 전 의원이 4·29재보선에서 사실상 반(反) 새정치민주연합 전선을 구축하면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당장 호남표심에 영향력이 큰 박지원 의원이 얼마나 문 대표를 돕느냐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당 지도부는 31일 정 전 의원에 대한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양승조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친정에 비수를 꽂는 출마에 어느 명분과 실리가 있느냐”고 비판했고, 김경협 수석사무부총장은 “친정집을 향한 자살 공격”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나는 정확한 노선으로 날아가고 있다. 중도·보수화된 야당으로는 정권교체가 안 된다”고 새정치연합을 비판했다. 특히 “문 대표가 나한테는 할 이야기가 없을 것이다. 선거 때가 되면 이야기 하겠다”며 불편함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 대표에게는 이번 재보선이 상당한 부담이다. 야권 후보 난립으로 승리를 장담할 곳이 없는데다 또 다시 호남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천 전 의원이 무소속 출마하는 광주 서을은 물론이고, 정 전 의원이 국민모임 소속으로 출마하는 서울 관악을도 호남 유권자들이 키를 쥐고 있다. 2·8전당대회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문 대표에게 호남 민심은 여전히 숙제다.
실제로 비노(노무현)계 및 호남 진영은 관망하고 있다. 정, 천 전 의원의 행보를 성토하면서도 문 대표나 당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다. 정치생명이 걸린 정, 천 전 의원은 이런 표심을 파고들며 문 대표 체제를 거칠게 공격하고 있다.
때문에 문 대표가 재보선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당내 세력을 통합하는 리더십이 필요할 전망이다. 전략공천 배제를 통해 공천잡음을 없앴다면 이젠 각 계파를 선거 판에 불러내야 출구가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호남표라는 ‘정치적 현금’을 들고 있는 박지원 의원이 선거에 적극 나서야한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박 의원은 “선거 때만 되면 호남에 손을 내민다” “지금 당장 내가 나설 일이 없다”며 가타부타 말이 없다. 박 의원의 몸값 높이기라는 해석도 나오고, 문 대표가 더욱 노력해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선거일정을 볼 때 (박 의원이) 나설 타이밍은 아직 아니다”라며 “때가 되면 도우실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대표는 1일 광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조영택 예비후보에 대한 첫 현장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시험대 오른 문재인 리더십… 박지원 지원사격이 초미관심 부각
입력 2015-03-31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