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신생팀이 1승을 올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입력 2015-03-31 15:35

누군가에게는 144번의 경기 중 한번의 승리에 그치지만, 누군가에게는 ‘역사’가 되기도 한다. 바로 신생구단의 첫 승이 그렇다.

올해 프로야구 10구단 시대를 연 kt 위즈는 ‘창단 첫 승리’라는 구단 역사를 아직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프로야구 개막 이후 부산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2연전에서 2패를 당했다. 과거 신생구단의 첫 승 기록만 놓고 보면 kt 2패는 현재까지는 무난한 수준이다.

창단 구단 중 가장 늦게 승리 신고식을 올린 팀은 NC 다이노스다. 2013년 4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NC는 LG 트윈스를 상대로 4대 1로 승리했다. 제9구단으로 1군 무대에 데뷔하고 내리 7연패를 당한 뒤 8번째 경기 만에 맛본 승리였다. 2011년 3월 31일 창단식 이후 무려 743일 만의 승리이기도 했다.

한국시리즈부터 2008 베이징올림픽까지 큰 무대에서 다양한 형태의 승리를 경험한 김경문 NC 감독도 “1승의 귀중함을 느꼈다”고 기뻐했다. 그 다음으로 뒤늦게 첫 승을 신고한 팀은 1986년 1군에 뛰어든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다. 네 번째 경기에서 첫 승리를 올렸다.

이처럼 신생 야구팀에게 첫 승은 남다르다. 젊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아 기존 팀에 비해 여러모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경기 수준도 수준이지만 경기수도 늘어나고 선수단 이동거리도 만만치 않다. 그런 이유 때문에 첫 승은 신생구단 선수들이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회가 된다.

kt도 지난해 퓨처스(2군) 리그에서 1군 진입을 위한 담금질을 거치면서 무난한 성적을 냈지만 개막 2연전에서 1군 무대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경험했다.

앞서 조범현 감독은 이화여대에서 열린 KBO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를 뛰어 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해 1군에 올라온 쌍방울은 빙그레를 재물로 삼아 개막전에서 첫 승을 챙겼고 역대 신생팀 최고 승률을 기록했다. 51승3무71패, 승률 4할2푼5리였다. 2000년 SK 와이번스도 개막전에서 삼성을 이겼다. 2008년 1군에 가세한 넥센 히어로즈는 개막전에 두산 베어스에게 패했지만 이후 5연승을 달렸다.

kt도 희망은 있다. 부산 원정길에서 개막 승전보를 울리려던 계획은 불발로 끝났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 선발이 불안하기는 했지만 공격과 수비에서 만만치 않은 응집력을 보여줬다. 두 경기에서 팀 타율 0.319로 10개 팀 중 2위를 기록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