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 번 해보세요. 다 어디 갔느냐 중동에 갔다고.”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깨알 주문’이 화제였습니다. 청년 실업 문제를 거론하면서 청년들이 해외에서라도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달라는 주문이었죠. 그런데 막상 중동 지역은 대부분 여행 제한 구역이라며 ‘청년들 다 죽으란 거에요?’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31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청년들 정말 중동에 가야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글에는 박 대통령의 ‘청년들 중동이라도 가세요’ 발언 화면과 함께 외교부의 중동 지역 해외여행 안전정보가 첨부돼 있습니다.
중동 지역은 대체로 자유로운 여행이 불가능합니다.
이날 오후 현재 외교부의 단계별 국가 지정 현황을 한 번 보시죠.
우선 가장 위험한 ‘여행 금지’ 지역부터 보시겠습니다. 그 지역에 있다면 즉시 대피하거나 철수하라고 경고한 곳입니다. 중동의 경우 시리아(전지역), 예멘(전지역), 이라크(전지역)가 포함돼 있습니다.
‘철수 권고’ 지역은 어떤가요? 긴급용무가 아닌 한 귀국해야 하는 곳입니다. 가급적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라고 돼있네요.
이란(시스탄발루체스탄 주)과 이스라엘(가자지구 및 가자지구 인근 5㎞(특별여행주의보), 이집트 (Sham El-Sheikh를 제외한 시나이 반도 전역 및 이집트-리비아 국경지역 전역), 레바논(리타니강 이남, 트리폴리시, 12개 팔레스타인 난민촌, 베카 북부지역, 북부 국경 10㎞ 이내, 베이루트, 시돈)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여행 자제’ 대상 지역도 많습니다. 신변안전에 특별히 유의해야 하며 여행이 정말 필요한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역입니다. 여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전지역)와 레바논(적색경보 지정 지역 제외 전 지역), 이란(이라크 국경), 이스라엘(전지역, 적색경보 지정지역 제외), 이집트(적색경보 지정지역 제외한 전지역) 등이 포함됐습니다.
신변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는 ‘여행 유의’ 지역에는 바레인(전지역)과 요르단(전지역), 이란(황색·적색 경보 이외 여타지역), 쿠웨이트(전지역)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쯤되면 중동 지역에서 안심하고 갈 만한 곳은 거의 없습니다. 아랍에미리트나 오만 정도뿐인데 이마저 여행 제한 국가들과 인접한 곳들입니다.
자, 그러니 네티즌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는 것입니다. 중동에는 위험한 일이 많으니 될 수 있는 한 여행을 가지 말라고 정부가 조언을 하면서 정작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일거리 찾아 중동으로 가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취업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정부에서 여행가지 말라고 제한하는 곳까지 목숨 걸고 가야합니까?”
“여행도 못가는 위험한 곳에 취업하러 가라 굽쇼?”
라는 비난 말이죠.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외교부가 위험하다는데 대통령님 저 진짜 중동 갑니까?”…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5-03-31 14:20 수정 2015-03-31 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