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의 교회 식사.
가끔 비크리스천인 지인들과 식사할 경우 식사 기도를 권합니다. 잠깐 고개 숙여 ‘아멘’이라고 하거나 ‘감사히 먹겠습니다’라고 짧게라도 할 것을 권하죠. 이렇게 먹게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영육 간 강건함을 위하여 먹게끔 노고를 쏟은 이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감사하라는 겁니다.
땀 흘려 수고한 농부, 식사를 준비한 이들, 식기를 만든 이들, 테이블을 깨끗이 딱은 이들 등 수많은 이들의 노고에 의해 ‘우주’가 돌아갑니다. 값을 치루고 한 끼의 식사를 사먹는다고 하지만 그 값은 나의 지경을 넓히신 주의 손이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당신이 먹을 복을 받은 것은 하나님이 주신 들에 나가 지경을 넓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들에서 수고한 당신은 노동의 고됨과 소출의 귀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 것입니다. 따라서 굳이 신앙인이 아니어도 먹는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기도해야 합니다.
우주가 만들어 낸 한 끼의 식사.
지금 아이들 급식을 둘러싼 어른들의 논쟁이 한 창입니다. 가난을 증명한 아이들만 밥을 주겠다는 거지요. 얼굴이 후끈거립니다. 자신의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아이들이 과연 감사의 기도를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딤전 6:7~8)
그렇게 밥값 빼앗아 하늘 곡간 쌓을 수 없습니다. 그런 즉 족한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 밥값 줄이느니 차라리 노동력 있는 어르신들 '전철 공짜 이용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사진/ 지난 1월 20일 서울 가리봉동 중국동포교회. 이 교회는 365일 노숙인, 독거노인 등 소외 계층을 위한 식사를 제공한다. 주일예배 후에도 사진과 같은 식사를 하며 코이노니아의 기쁨을 나눈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미션쿡- 포토 에세이] 밥상에 감사하지 않는 아이들 만드는 법
입력 2015-03-31 10:08 수정 2015-03-31 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