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한 20대가 믿었던 자기 블랙박스에 발등을 찍혔다.
지난 17일 새벽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음주측정을 받은 A(27)씨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0.009%, 면허 정지 수치가 나왔다. 0.001% 차로 아슬아슬하게 취소 처분은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달 일을 하는 A씨로선 운전면허가 취소 된다면 생계가 어려운 처지였다.
하지만 경찰은 끈질겼다.
운전했을 때와 음주측정했을 때 시간 차가 있으면 운전했을 때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역추적하는 방식인 워드마크를 적용한다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상황이기에 경찰은 A씨에게 언제 어디에서 술을 먹었는지 추궁하기 시작했다.
성북동에서 술을 마신 A씨는 “방금 미아 삼거리에서 먹었다”고 둘러댔다.
이를 의심하는 경찰과 옥신각신하던 A씨는 같이 술을 먹던 친구들을 경찰서에 불러오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도 물러서지 않았다. 양측은 A씨의 차량에 설치돼 있던 블랙박스를 꺼내보기로 했다.
하지만 설마했던 A씨는 할말을 잃었다. 블랙박스에 자신이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OO야, 나 X됐다. 술 먹고 오토바이를 쳤어"라고 말하는 음성에 이어 음주 시간까지 생생하게 녹음돼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A씨가 술을 마신 뒤 2시간 정도 지나고 나서 사고를 냈다는 것을 알아냈고, 위드마크 방식을 적용해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면허취소 수준인 0.103%라고 결론 내렸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믿었던 자기 블랙박스에 발등… 면허 취소된 음주운전자
입력 2015-03-31 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