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 주주총회가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경영 보폭을 넓히는 재계 3, 4세들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32) 상무는 이달 초 그룹의 태양광사업을 주도하는 한화큐셀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재계 관계자는 30일 “한화큐셀이 매출이나 한화그룹 내 지분은 작지만 김 상무가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 박세창(40)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지난달 그룹 인사에서 아시아나애바카스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됐다. 박 부사장이 처음 맡는 대표이사직이라는 의미가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40)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27일 대한항공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고, 지난해 주총에서는 한진칼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주사로 조 부사장이 본격적인 경영에 참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세아그룹의 3세로 사촌지간인 이태성(37) 세아홀딩스 전무와 이주성(37) 세아제강 전무도 각각 지난 20일 주총에서 세아특수강과 세아R&I의 등기이사(기타 비상무이사)로 각각 선임됐다. 이태성 전무는 고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이고, 이주성 전무는 이순형 회장의 장남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세아그룹도 두산그룹이나 LS그룹처럼 ‘사촌 경영’이 정착돼가고 있는 단계라는 평이다. 조연주(36·여) 한솔케미칼 기획실장은 지난 27일 주총에서 신규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조 실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장손녀이자 조동혁 명예회장의 장녀다. 한솔그룹에서는 3세지만 범삼성가로 치면 4세인 셈이다.
유진기업도 지난 27일 주총에서 유경선 회장의 장남 유석훈(33) 경영지원실 총괄부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SPC그룹 오너 3세인 허진수(38) 파리크라상 전무와 허희수(37) 비알코리아 전무도 지난 20일 삼립식품 주총에서 나란히 등기임원으로 신규 선임됐다. 삼립식품은 SPC그룹의 모태이자 유일한 상장사다. 이동욱 무림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도균(37) 무림페이퍼 전략기획실장(전무)도 주총에서 무림페이퍼, 무림SP, 무림P&P 등 3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인 이들이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것은 조기 경영 수업을 통해 ‘오너 리스크’를 줄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등기이사로서 경영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이후 후계구도 정립 과정에 상당한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정기 주총 마무리… 재계 3,4세들 윤곽 드러나
입력 2015-03-30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