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면세업계 판도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신라면세점의 디패스 인수에 이어 듀프리가 월드듀티프리(WDF)를 인수하며 글로벌 면세업계를 흔들어 놨다. 국내 업체들도 몸집 불리기와 해외 인재 영입을 통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30일 로이터 등 외신과 면세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면세 업체 듀프리는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면세 업체 WDF의 지분 50.1%를 한 주당 10.25유로에 인수하기로 WDF 최대 주주인 에디치오네와 합의했다. 2013년 2위에서 지난해 사실상 세계 1위에 오른 것으로 평가되는 듀프리는 글로벌 1위의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게 됐다. 듀프리는 지난해 6월 6~7위권인 뉘앙스를 인수하는 ‘빅딜’을 성공시킨 바 있다.
이번 계약으로 듀프리와 2013년 1위였던 미국 DFS와의 격차도 더욱 벌어지게 됐다. 반면 듀프리 인수를 통해 몸집을 키우려했던 국내 롯데면세점은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4위권인 롯데면세점은 WDF 인수 시 글로벌 2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번 인수에는 롯데면세점을 비롯해 중국 선라이즈 면세점, 프랑스 라가르드 그룹이 관심을 표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에는 세계 7~8위권의 신라면세점이 세계 최대 기내 면세업체인 미국의 디패스를 인수했다. 미국 자회사를 통해 디패스 지분 44%를 확보한 것. 또 25일에는 로베르토 그라치아니 전 뉘앙스 CEO를 상임고문으로 영입했다. 그라치아니 상임고문은 디패스와의 합작사 부회장직도 겸임한다.
국내 양대 면세점이 잇따라 해외 면세점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기관 제너레이션 리서치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면세 시장(6조3161억원)은 세계 1위로 2위 영국(3조7132억원)의 두 배에 이른다. 그간 국내 업체들은 세계 최대 시장인 국내 시장을 발판으로 성장해왔으나 해외 진출 실적은 아직 미흡한 편이다.
신라면세점이 세계 최대 공항 중 하나인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운영권 등을 확보하고 롯데면세점이 괌 등에 진출해있지만 여타 글로벌 업체들과 비교하면 이제 겨우 첫 발을 내디딘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해외 공항 면세점 입찰에 잇따라 참여하고는 있지만 해외에서의 운영 경험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국내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면세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지만 이 같은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중국이 자국 국민의 해외 쇼핑을 국내로 돌리려 하고 있고, 경쟁 국가인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도 차츰 늘고 있다.
또 덩치를 키울 경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면세업계가 점차 대형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 역시 몸집 불리기와 해외 진출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글로벌 면세업계 지각 변동… 국내 업체들도 몸집 불리기 안간힘
입력 2015-03-30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