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이 종착점에 다다르고 있다. 이란과 주요 6개국 외무장관들은 타결 시한을 하루 앞둔 30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막판 조율에 들어갔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를 의장으로 이란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P5+1)의 외무장관들 전원이 참석하는 전체회의가 열린 것은 합의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번 협상이 타결될 경우 지난 2003년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시작된 이래 12년을 끌어온 이란 핵 문제를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내는 ‘핵확산 억제사(史)’의 큰 획을 긋는 일대기적 사건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란 핵문제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2대 난제’로 꼽혀온 북한 핵문제 해결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이미 쿠바와의 관계회복에 돌입한 미국이 북한과 더불어 ‘불량국가’로 지목하며 국제사회에서 고립시켜온 이란과도 핵협상 타결을 계기로 관계정상화를 추진한다면 북한의 고립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란 측 실무협상자인 압바스 아락치 외무차관은 “여러 문제에서 해법을 찾았고 아직 2~3가지 쟁점이 남았으나 합의에 이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 협상 타결을 버락 오바마 2기 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 온 미 백악관도 낙관하는 모양새다. 조니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ABC 방송에 출연해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말까지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면서 “이란이 국제사회의 요구 조건을 따를지 말지에 대해 명확한 신호를 보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공화당이 장악한 미 의회는 핵협상이 결렬되면 그 즉시 새로운 이란 제재안을 마련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오바마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위험한 합의’라며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전날 내각회의에서 “로잔에서 진행되고 있는 위험한 합의는 우리의 우려보다도 더 나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국제적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남은 쟁점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제한 범위’와 서방의 대(對)이란 경제제재의 ‘해제 속도’다.
미국이 이란의 핵무기 제조 차단을 위해 요구하고 있는 ‘우라늄 농축 중단과 희석, 아라크 중수로 설계변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원심분리기 감축’ 등을 수용하는 문제는 이미 상당한 타협에 이른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는 방법과 시기를 놓고 이견이 여전하다. 이란은 이를 일괄·영구적으로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미국 등 서방은 핵 활동 중단에 따른 단계적 해제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제재 해제는 미·이란 정부의 결정 이외에도 미 의회와 EU 회원국들의 동의가 각각 필요하다. 상대방의 요구조건을 섣불리 수용했다가는 ‘뒤통수’를 맞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세부안을 두고 마지막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이란 핵 협상 D-1] 막판절충 위한 전체회의, 협상타결 가능할까… 이스라엘 강력 반발
입력 2015-03-30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