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출마선언… 관악을 재보선 최대 승부처 부상

입력 2015-03-30 16:46

정동영 전 의원이 4·29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서울 관악을에 ‘국민모임’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30일 공식 선언했다. 지난 1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지 두 달여 만이다. 정 전 의원의 출사표로 관악을은 이번 재보선의 최대 핫이슈가 됐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수도권 전패 위험이 커졌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철새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정 전 의원은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모임 그리고 정동영의 승리는 박근혜정권에 대한 진정한 심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모임과 제가 승리하면 정치판에 지각변동이 올 것”이라며 “여당도 야당도 정신을 차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 몸을 불사르겠다” “기득권과 정면승부 하겠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야권 분열’이라는 새정치연합의 비판에 대해서는 ‘야권 혁신’이라고 반박했다. 정 전 의원은 “지금의 제1야당은 대안야당이 아니다. 새누리당이 하는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새정치연합”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이 당선권으로 분류했던 관악을은 정 전 의원과 새정치연합 외에 정의당, 노동당, 옛 통합진보당 등 후보가 난립하면서 표 분산이 불가피해졌다. 반면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는 지지층 결집을 통해 이변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국민모임은 정 전 의원의 승산이 높다는 판단이다. 우선 대선 후보를 지낸 정 전 의원의 인지도가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를 크게 앞선다. 또 관악 인구 중 다수를 차지하는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친노(친노무현)인 정태호 후보가 아닌 정 전 의원을 지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의원은 관악을 출마로 20년의 정치 이력에서 또 다시 중요한 변곡점을 맞게 됐다. 관악을에서 승리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개편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야권 분열 책임론을 피해갈 수 없고,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후보에 이어 3위에 그칠 경우에는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된다.

정 전 의원은 MBC 기자 출신으로 16~17대 총선에서 전주 덕진에 출마, 압도적인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이어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2004년 열린우리당 의장, 통일부 장관 등을 거치면서 야권의 간판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패배한 뒤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서울 동작을에서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에게 졌다.

2009년 4월 재보선에서는 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이후 복당했지만 “대선 후보가 당을 저버렸다”는 비판은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19대 총선에서는 서울 강남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후 뚜렷한 진보적 목소리를 내왔고 재·보궐 선거마다 새정치연합 후보로 거론됐으나 공천은 받지 못했다. 결국 지난 1월 두 번째 탈당을 선언했고, 이후 국민모임에서 인재영입위원장으로 활동해왔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