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나이지리아에서 28~29일(현지시간) 대통령선거와 총선이 치러졌다. 기독교도 중심인 현 정권에 반발해 북부에서 준동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으로 인한 정치·사회적 불안으로 선거 전부터 제기된 우려는 끝내 현실이 됐다. AP통신 등은 선거방해를 노린 보코하람의 공격으로 최소 41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당초 지난달 14일 예정됐던 나이지리아 대선·총선은 보코하람의 준동으로 6주간 미뤄져서 이날 치러졌다. 앞서 지난 20일 굿럭 조너선(58) 대통령은 BBC 인터뷰에서 “그들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보코하람이 차지하고 있는 영토를 되찾는 데 한 달 이상은 걸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케네스 미니마흐 육군 참모총장도 지난달 말 탈환한 북동부 바가의 한 부대를 찾은 뒤 “선거 전에 보코하람을 물리칠 수 있고 난민이 된 사람들에게도 투표를 보장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선거 전날 밤과 선거 당일 연이은 보코하람의 습격으로 마을이 불타고 투표하러 나가던 주민 등 수십명이 살해됐다.
부실한 선거관리로 인한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유권자 생체 인증카드 리더기에 오류가 발생해 투표가 하루 연장됐다.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조너선 대통령 부부가 투표를 못하고 돌아갔다가 다시 투표소에 나와 수동으로 등록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또 약 20%의 투표소가 오전 11시30분이 지나도록 문을 열지 않는 등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기강 해이도 도마에 올랐다. 1억7300만 인구 가운데 6880만명이 유권자 등록을 한 이번 투표 결과는 당초 선거 종료 후 48시간 이내 집계될 예정이었으나 일부 지역의 투표 연기 등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대선에서는 집권 인민민주당(PDP)의 조너선 대통령과 제1야당 범진보의회당(APC) 무함마두 부하리(72) 후보 간 접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군 출신인 부하리 후보가 보코하람과 맞서는 데 유리할 것이란 기대를 안고 있는 가운데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조너선 후보가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보코하람 습격으로 핏빛 대선된 나이지리아
입력 2015-03-29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