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신(新) 밀월’을 즐기고 있는 미국이 연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유는 뭘까. 일본을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끌어들여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패로 구겨진 체면을 만회하려는 동시에 안보 측면에서 아베 총리가 가져올 ‘큼직한 선물’에 대한 화답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중국과 맞서야 할 상황에서 주요 우방인 한국과 일본이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역사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기대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시어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2015 미·일 안보 세미나’에서 한·미·일 3국이 지난해 12월 체결한 양해각서 형태의 정보공유 약정을 넘어서는 추가적인 협정 체결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특히 “일본과 한국이 과거사 문제에서 훨씬 더 큰 진전을 이뤄내 활기차고 미래지향적인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다음달 미 상·하원 합동연설과 관련해선 “아베 총리는 공개 발언을 통해 스스로 위대한 비전과 평화의 인물임을 보여왔고 매우 전향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입장을 표명했다”며 “이번 연설에도 그 같은 입장을 다시 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6일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은 자신을 “열렬한 아베 지지자(a great admirer of Mr. Abe)”라며 “일본에서 오랜만에 처음으로 강한 지도자와 안정된 정부가 나왔다”고 말했다.
미 인사들의 이 같은 발언들은 경제·안보 측면에서 큼지막한 ‘선물’을 기대하는 미국의 속내를 반영한다. 미국은 중국 주도의 AIIB 설립에 선진국을 포함한 미 맹방들이 대거 달려가면서 곤혹스런 입장이다. 미·일은 다음달 양국 외무·국방장관 회의를 열어 새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결정한다.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가이드라인 개정과 TPP 교섭 진전 등에 대해 협의하며 전후 70년을 맞은 미·일 관계와 관련해 동맹강화를 강조한 공동문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54년 만에 아베 총리의 미 상·하원 합동연설이 성사된 데는 지일파 의원을 활용한 외교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정부·의회가 역사 문제 일변도의 한국에 지치고 있다며 아베 총리의 연설 실현 이유 중 하나가 ‘한국 피로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일본과 '新 밀월' 미국, 연일 아베 띄우기 왜?
입력 2015-03-29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