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 희생자”라고 표현한 것에 대한 우리 정부의 시각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시도”라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지만, 동시에 “아베식(式) 과거사 묵살 행보에 미약하나마 변화가 감지된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존재한다.
아베 총리의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가 위장술에 불과하다는 시각은 그가 다음달 29일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미국에서조차 “잘못된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 총리를 미국 의회에 초청하는 게 타당하냐”는 부정적 여론이 팽배하자, 이를 모면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라는 해석이다.
발언이 나오자마자 정부 당국자가 “피해자 분들이나 우리 정부, 국제사회로부터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라 평가절하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당국자는 “위안부 책임을 민간업자에게 돌리고 일본 정부의 관여를 부인하려는 의도”라며 “고노 담화를 통해 일본 스스로 인정했듯이 일본군에 의해 위안소가 설치·관리·운영됐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가 분명히 잘못을 인정하는 게 문제해결의 첫 걸음”이라고 했다. 또 “일본 정부 지도자들은 국제사회의 무수한 인사들이 위안부를 왜 ‘강요된 노예’ ‘극악무도한 인권 침해’라 정의했는지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부 내에는 과거사를 통째로 부정하려 해왔던 아베 총리의 극우편향이 ‘정상화’ 궤도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긍정적 시선도 있는 게 사실이다. 박근혜정부의 지속적 압박 및 국제여론 환귀 전략의 효과가 아베 정권의 입장 변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기대다. 만약 아베 총리가 미 의회 합동연설과 8월 ‘아베담화’를 통해 위안부 문제 책임을 고노담화 수준으로까지 인정한다면, 한·일 관계 정상화의 첫 발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9일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과 기대를 동시에 표현했다. 윤 장관은 “역사 문제는 한국정부만의 관심사가 아니다”는 말로 일본의 과거사 왜곡을 에둘러 비판하면서도 “새로운 일본의 면모를 보여주길 진심으로 기대한다”며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올해 이런 두 차례의 계기(미 의회 합동연설과 아베담화)가 일본에게는 시험대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만약 이 기회를 놓치게 되면 일본 리더십에 큰 손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베 총리의 미 의회 합동연설이) 성사되지 않게 하는 게 우리 외교의 목표가 아니다. 이런 계기에 분명한 역사인식을 표명하길 바란다”고 했다.
윤 장관은 “우리가 역사 문제에 집착한다든지 하는 인상을 줄 필요는 없다”며 “양국(한·일)간 중요한 문제와 (역사문제는) 분리해 나가면서, 그러나 과거 일본 지도자가 취했던 역사인식에서 후퇴하는 것은 있어선 안된다”고도 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아베 발언을 바라보는 정부의 두가지 시선
입력 2015-03-29 1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