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대회 논문 100만원에 써주실분~” 서울대 대필 카톡 고발 논란

입력 2015-03-29 15:07 수정 2015-03-29 15:10

서울대학교의 한 동아리가 청소년과학대회의 논문 대필자를 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돈을 주고라도 ‘스펙’을 쌓아주겠다는 학부모의 삐뚤어진 인식과 이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대학생의 윤리의식을 한꺼번에 드러내는 꼴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요. “이것이 한국 교육의 뿌리 깊은 관행 아닌가”하는 푸념 섞인 댓글은 허탈하기까지 합니다.

서울대 대필 논란은 한 네티즌 고발로 알려졌습니다. 서울대생이라는 네티즌은 28일 한 커뮤니티의 익명 게시판에 동아리 모바일 메신저 그룹 채팅방 화면을 공개했습니다. 대화는 한 과학재단이 주최하는 청소년과학탐구대회의 논문을 대신 쓸 지원자를 찾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장애인 공공시설에 숨은 과학적 원리를 조사하고, 이를 발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탐구하시오”라는 프로젝트를 알리며 “사례가 100인데 할 사람”이라고 남겼습니다. 누군가 “상금이냐 사례냐”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처음 글을 쓴 사람은 “그냥 사례”라면서 “고딩(고등학교)대회 대필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필을 고발한 네티즌은 “프로젝트니 뭐니 하면서 잘 포장했는데 결국은 부모가 스펙 하나를 100만원에 사겠다는 것”이라며 “들어보니 1년에도 몇번씩 이런 글이 올라온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런 행태가 없어지지 않는 한 입학사정관제 등 수시 전형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네티즌들은 성공을 위해 도덕적 경쟁을 져버려도 된다는 일그러진 욕망에 분개했고, 대한민국 최고 지성이 모인다는 서울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개탄하기도 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이 대회를 나가려고 며칠을 고민하면서 친구들이랑 실험 계획을 세웠는데 다른 애들은 과학고 선생님과 팀을 짰다는 소리를 듣고 한동안 우울했다”며 “그런데 서울대생이 써준 논문을 들고 대회에 출전하는 애들도 있다니 정말 기운이 빠진다”고 허무해 했습니다.

“미대 준비생 중 현직 미대생에게 돈을 주고 포트폴리오용 작품을 사오거나 학원 강사에게 제작을 의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또 다른 입학 비리를 고발하는 네티즌도 있었습니다.

이러니 말 많고 탈 많은 대학수능시험이 제일 공평한 입시라는 빈정거림이 나오는 겁니다. 주관이 개입되는 입시에는 부정이 판을 치니 말입니다.

돈을 들이면 좋은 대학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님께 묻고 싶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들어가기만 하면 끝일까요. 내 아이 경쟁의 진짜 시작은 그 이후란 걸 누구보다 잘 아실 텐데 말입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