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비행 저먼윙스 기장 시신 발견

입력 2015-03-29 12:50 수정 2015-03-29 12:52
저먼윙스 4U9525편 탑승자들의 가족들이 28일(현지시간) 사고수습현장을 찾아와 꽃다발을 내려놓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NBC화면 캡처
구조대가 알프스 산 저먼윙스 추락지점에서 사고기의 잔해를 뒤지며 탑승자들의 시신을 찾고 있다.
자살비행을 감행한 저먼윙스의 부기장 안드레아스 루비츠는 대형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에서 장거리 노선에 투입되는 대형여객기의 조종간을 잡고 싶은 욕망이 강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데다 우울증과 시력저하 등이 겹쳐 좌절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NBC방송 화면 캡처
저먼윙스가 충돌하기 직전 마지막 30분간 조종실에서 오간 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녹음기가 발견돼 사고 규명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BBC 홈페이지 캡처
부기장의 자살비행으로 탑승자 150명 전원이 숨진 독일 저먼윙스 사고기의 기장 시신이 발견됐다고 미국의 NBC방송이 2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장 패트릭 손더하이머는 저먼윙스의 모기업인 루프트한자와 전세기 항공사인 콘도르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조종사였다. 그는 충돌한 항공기와 같은 에어버스 320 기종을 6000시간 이상 몰아본 경험이 있다. 지난해 5월 저먼윙스로 자리를 옮겼다.

기장 손더하이머는 지난 24일 사고기가 바르셀로나에서 이륙한 지 30분이 지난 오전 10시30분쯤 화장실을 갔다 온 사이 기체가 급격히 하강하자, 황급히 조종실로 돌아가려 했으나 안에서 잠긴 문을 열지 못했다. 손더하이머는 문을 두드리며 부기장 안드레아스 루비츠(28)에게 기체의 고도를 원래대로 되돌릴 것을 요구했으나 아무 반응이 없자 비상탈출구 용 도끼로 조종실 문을 몇 차례 찍었다.

그러나 루비츠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기체를 알프스 산으로 몰고가 산 중턱에 충돌시켰다.

손더하이머는 끝내 비극을 막지 못하고 나머지 탑승객들과 운명을 같이 했다.

루비츠는 자살비행을 감행하기 전 여자친구에게 “언젠가 내가 시스템을 바꿔 놓겠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나를 알고 내 이름을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독일의 빌트지가 보도했다.

마리아라는 이름으로만 알려진 루비츠의 전 여자친구는 “그 때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그가 한 말이 생생하게 떠올랐다”고 말했다고 빌트지는 보도했다.

26세의 항공사 직원인 마리아는 지난해 루비츠와 사귀었으나 루비츠가 대화도중 갑작스레 흥분하며 화를 내는 등 여러 차례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자 그와 헤어졌다.

그녀는 “루비츠가 세계적인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에서 장거리 노선을 운행하는 대형 여객기를 모는 게 꿈이었으나 그 꿈이 좌절되자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루비츠는 저가항공사의 단거리 노선에 투입된 부기장으로 일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마리아에게 종종 털어놓았다.

뉴욕타임즈는 루비츠가 우울증 뿐 아니라 시력도 악화돼 병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그의 좌절감은 더욱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루비츠는 이달 10일 뒤셸도르프 대학병원 안과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은 루비츠가 어떤 질병으로 병원을 찾았으며 안과에서 무슨 치료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밝힐 수 없다면서도 그가 우울증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다녀 간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유럽의 조종사들은 매년 시력검사를 받아야 하며 EASA(유럽항공안전기구)가 정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조종간을 잡을 수 없다.

알프스 산에 부딪친 사고기는 산산조각이 났으며 구조대의 접근이 어려워 탑승자들의 시신을 수습하는데만도 몇 주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