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도 술 팔아라”… 호주 ‘쇠사슬 시위’ 50주년

입력 2015-03-28 16:00 수정 2015-03-28 16:02
호주 여성들이 호텔 바에서 술을 주문해 마신 것은 언제부터일까? 답은 45년전이다.

50년 전인 1965년 3월 31일. 호주 동부 브리즈번의 한 호텔 바(public bar)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젊은 여성들로 친구 사이인 머를 손튼과 로절린 보그너가 자신들의 발목과 바의 시설물을 쇠사슬로 묶고서 바에서 나가기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었다.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두 여성은 요지부동이었고 쇠사슬 제거에 여러 시간이 걸렸다.

당시 두 여성은 바에 들어가 주류를 요구했지만 종업원이 끝내 주문받기를 거부하자 이같은 시위에 나섰다. 당시 퀸즐랜드 주 법상 여자들이 바에서 술을 마실 수는 없었다.

당시 이 사건은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고 유사 시위가 이어졌다. 결국 퀸즐랜드 주 당국은 이 시위 발생 후 5년이 지나 관련법을 폐지했다.

이 사건은 이제 호주 여성 인권운동 차원에서 시대를 앞선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사건 50주년을 기리는 행사가 당시 시위 주역인 손튼이 참석한 가운데 27일 해당 바에서 열렸다고 호주 ABC 방송이 28일 보도했다.

손튼은 이 자리에서 “시위 전날 법 개정을 희망해 장관까지 만났지만 비웃음만 받았다”며 “그래서 다음날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고 회고했다.

손튼은 이어 신고를 받고 나온 경찰이 결국 “좋은 밤 되시오. 너무 많이 마시진 말고”라며 물러나는 것을 보고 경찰이 관련 법을 집행하지 않을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 후 손튼은 여성 단체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여성들의 권리신장 활동을 폈다.

이 호텔의 바 상호는 이제 머를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