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미국 출장에서 귀국하면서 무상급식 중단 공방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28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홍 지사는 미국 출장 중 ‘평일 골프' 논란과 관련, “현지에서 공식 일정을 마치고 나머지 시간을 비공식 비즈니스로 내가 접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홍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내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며 “국민정서에는 맞지 않기 때문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유감스럽다고 표명했다”고 밝혔다.
야당에서 제기하는 책임론에 대해 홍 지사는 “(내가) 무슨 책임을 져야 하느냐. 책임질 일 있으면 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복지 논쟁을 하려면 품격있게 해야지 (골프 등) 개인에 대해 비난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맞받았다. 경남도가 학교 무상급식을 중단한 것을 겨냥해 야당이 홍 지사의 ‘평일 골프’를 비난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지사는 부인 동행 논란과 관련해서는 “나는 정치를 시작한 후 해외 단독출장일 때에는 집사람도 같이 간다”며 “원래 외국에는 부부동반 출장이 공식인데, 우리나라는 국민정서가 달라 여론의 눈치를 보지만…나는 20년 이상 그렇게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국내선 비즈니스석 탑승 문제와 관련, “공무원 여비규정을 보면 차관급 이상은 비즈니스석을 타게 돼 있다”며 “굳이 이코노미석을 타겠다고 쇼를 하려면 쇼하는 사람한테는 그대로 두고 규정에 따라 비즈니스석을 타는데 개인 비난 소재로 삼는 건 저급한 정치 논쟁”이라고 반박했다.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나아가 무상보육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되짚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건 선별적 무상급식”이라며 “서민들한테는 밥이 돌아가고 나머지 돈 댈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돈을 다시 서민들 교육비로 주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상급식 논쟁을 벌였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해 “무상복지에 대한 거대담론을 던졌더니 어린아이 밥그릇 뺏는다고 접근하는데, 그런 얄팍한 감성으로 접근하는 지도자의 태도가 옳은 것이냐. 이런 접근은 아주 저급한 논쟁”이라며 “차라리 안철수 의원처럼 생산적인 논쟁은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제1야당의 대표가 그런 논쟁을 하러 창원까지 왔다는 게…나도 당대표 해봤지만 갈등 현장에 가면 대안을 갖고 간다”며 “서민 행세가 아니라 정말 서민 마인드를 갖고 서민들 어려움을 보살펴주는 게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많다는 지적에 홍 지사는 “국민이야 공짜로 주면 좋을 텐데, 그게 여론조사로 결정할 문제인가”라며 “국가·지방의 재정능력에 따라 지도자가 결정해 국민을 설득해 나가야지 여론조사 따라가려면 뭐하러 지도자를 뽑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무상보육과 관련, “일률적으로 한 가정에 20만원씩 준다는 건 사회주의체제의 배급 방식 아니냐”며 “그런 재원이 있다면 가난한 사람을 골라 50만원을 주는 것이 대한민국 빈부갈등을 없애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공개토론을 제안한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해서는 “토론은 성남시의회 의원들과 해야지 왜 나한테 하자는지 모르겠다”며 “지난번 축구연맹 징계 문제로 도와줬다가 오히려 저를 걸고넘어지는 바람에 뒤통수를 맞았다. 얘기를 같이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편 새정치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홍 지사가 “현지에서 공식 일정을 마치고 나머지 시간을 비공식 비즈니스로 내가 접대한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변명이 구차하다”며 공식적 사과를 촉구했다. 서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구차한 변명은 그만하고 자신의 잘못된 처신에 대해 반성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게 맞다”며 “업무시간에 공무로 골프를 친 것이라면 떳떳하게 스스로 감사를 청구하시라”고 말했다.
서 원내대변인은 홍 지사가 이날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에 대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무상보육에 관해서도 “근본적으로 되짚어봐야 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 “의무급식 폐지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고사하고 오히려 멀쩡한 의무보육을 폐지해야 한다는 정치쇼만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홍 지사의 논리대로라면 아이들 무상보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던 박근혜 대통령도 사회주의 정책을 공약한 셈이 된다”며 “저급한 논쟁으로 주목받으려는 것을 국민은 이미 알고 있다. 이제 주목 받았으니 아이들 밥상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책임지고 거취를 표명한 뒤 골프를 치러 가심이 어떠한가”라고 비꼬았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홍준표 “골프는 비공식 비즈니스… 무상복지 저급한 논쟁 안돼”
입력 2015-03-28 11:50 수정 2015-03-28 1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