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 가능성을 엿봤다.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121위·삼성증권 후원)이 세계랭킹 9위 토마시 베르디흐(체코)에 져 남자프로테니스(ATP) 마이애미오픈(총상금 538만1천235 달러) 단식 3회전 진출에 실패했다.
정현은 2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대회 단식 본선 2회전에서 베르디흐에게 0대 2(3-6 4-6)로 졌다.
하지만 윤용일 전담코치가 예상한 것처럼 충분히 상대를 괴롭혔고, 세계적인 선수를 상대로 선전함으로써 자신감을 얻은 게 무엇보다 큰 수확이었다..
와일드카드를 받아 본선에 진출한 정현은 1회전에서 마르셀 그라노예르스(50위·스페인)를 2대 1로 꺾어 이변을 일으켰다. ATP 사무국은 인터넷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또 하나의 알아야 할 이름’이라는 제목으로 “투어에서 활동하는 ‘영건 리스트’에 한 명을 추가할 때가 됐다”고 정현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 남자 선수가 투어 대회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2008년 9월 이형택 이후 6년 6개월만에 처음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이 대회는 메이저대회 다음으로 등급이 높은 마스터스 1000시리즈 대회 가운데 하나로 세계랭킹 87위안에 들어야 자동 출전권을 보장된 특급대회였다.
서브 불안이 패인이었다. 첫 서브 실패율이 높아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고, 상대 강서브에 에이스를 자주 허용했다. 이날 1세트 게임 스코어 2-3으로 맞서던 정현은 6번째 게임에서 30-0으로 앞서 가다가 더블폴트를 저질러 이날 처음으로 브레이크 당하고 말았다. 정현이 곧바로 베르디흐의 서브 게임을 잡아내며 쫓아갔으나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을 재차 내주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2세트에서 정현은 베르디흐의 서브 게임을 빼앗은 데 힘입어 게임 스코어 4-1로 앞서 나가며 세트를 따내는 듯 했다. 하지만 정현은 다시 에이스 2개를 내주며 상대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지 못했고 이후 3게임을 연달아 내줘 4-5로 역전 당했다. 정현은 이어진 베르디흐의 서브 게임에서 에이스 2개를 허용하고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베르디흐의 샷에 고전하다가 끝내 무릎 꿇고 말았다.
정현은 이날 세계 톱10에 드는 실력파인 베르디흐를 맞아 그라운드 스트로크에서는 조금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안정감을 보였다. 하지만 평소 서브에 약점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온 정현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서브 완성도는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정현은 출국 전날인 지난 17일 서울올림픽공원 코트에서 선수출신인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으로부터 서브 기본기를 집중 지도받기도 했다. 주 회장은 삼성증권 감독 시절 이형택, 박성희, 조윤정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낸 지도자다.
정현은 서브를 넣기 직전 백스윙 동작에서 그립을 너무 꽉 잡아 유연성을 떨어트리고 정작 임팩트때 힘을 가하지 못한다는 주 회장의 지적이었다.
하지만 윤용일 코치는 “정현의 서브는 조금씩 낳아지고 있다”며 정현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테니스] 정현, 세계9위 베르디흐에 패배
입력 2015-03-28 0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