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나 한국이나 근로자들의 웃픈 현실…일본서 유행하는 사축동화

입력 2015-03-28 00:21 수정 2015-03-28 09:45
온라인 커뮤니티

일본 사축(社畜:회사에 길들여진 가축)동화가 커뮤니티에 공개되며 근로자들의 웃픈(웃기면서 슬픈) 현실에 누리꾼들이 씁쓸해 하고 있다.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 트위터에서 현재 유행하고 있는 사축동화들이 소개됐다.

개작된 어린이 동화는 7편이었다. 동화 속의 원래 주인공들은 사측과 근로자로 등장한다.

먼저 '인어공주’가 있다.

“마녀님, 저 정직원이 되고 싶어요.”

“그러면 우리 회사로 이직해와, 대신 너의 목소리를 받아가마.”

인어공주는 정사원이 되었지만, 월급이 내려가고 야근수당은 나오지 않았고, 휴일도 사라졌습니다.

목소리를 잃어 노동청에 신고하지도 못하게 된 인어공주는 사회의 거품이 되어 사라졌습니다.

다음은 ‘금도끼은도끼’다.

산신령 “네가 떨어트린 건 연봉 1억의 힘든 일인가 아니면 연봉 3000만원의 편한 일인가?”

사원 “연봉 3000만원의 편한 일입니다.”

산신령 “정직한 자로군, 너에게 두 가지 일을 모두 다 주도록 하지.”

사원 “두 일을 다요?”

산신령 “그리고 두 일을 이렇게, 합치면, 연봉 3000만원의 힘든 일이 된단다.”

‘성냥팔이소녀’도 있다.

"성냥사세요."

소녀는 성냥을 팔았습니다. 월급은 세후 130만원,

월 200시간을 넘는 임금 없는 추가근무,

영하를 넘나드는 가혹한 근무환경

소녀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성냥을 피우자,

회사는 상품을 무단 사용한 소녀를 고소했습니다.

다음으로 '은혜갚은 두루미'다.

타닥타닥, 타닥타닥

두루미는 웹사이트를 코딩하고 있었습니다.

매일매일 두루미는 야근수당도 없이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였습니다

"잘 진행되고 있나요"라고 할아버지가 문을 열고 방 안을 들여다 보았더니

두루미는 스트레스로 자기의 깃털을 뽑고 있었습니다.

'빨간모자'도 바꿨다.

“할머니의 귀는 왜 그렇게 커다래?”

“그건 말야, 매일매일 고객들의 클레임을 듣기 위해서란다.”

“할머니의 눈은 왜 그렇게 커다래?”

“매일매일 13시간씩 컴퓨터를 보기 위해서란다.”

“왜 일을 그만두지 않는 거야?”

“그건 말야 65살이 넘지 않으면 연금이 안나오기 때문이란다…”

'백설공주' 어떻게 바뀌었을까.

왕자님은 죽은 백설공주가 누워있는 관을 찾아내, 백설공주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습니다.

“납품, 내일까지다.”

백설공주는 갑자기 눈을 떴습니다. 그것을 본 왕자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그리고 죽어있던 동안은 급료 안나온다.”

그걸 들은 백설공주는 정말로 죽어버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양치기소년'이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진짜 블랙기업이 나타났습니다. 소년 근로자는

“블랙기업이 나타났다!”라고 소리쳤지만, 마을 사람들은 “불평만 한다” “노력이 부족하다” “자기책임”이라며 아무도 상대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블랙기업은 근로자를 모두 잡아먹어버렸습니다.

젊은 나이에 고생을 사서한다며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열정페이도 있다.

자아실현을 하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패기있게 회사생활을 시작하는 신입들도 있다.

그러나 결국 근로자들은 힘없는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슬픈 동화들이다.

사축동화를 본 누리꾼들은 “우울해” “몇 줄 되지도 않는데 촌철살인 같네. 노벨문학상감이다” “배부른 소리하네” “재밌는 얘기인줄 알았는데 너무 현실이라 우울해짐” 등의 댓글을 남기며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웃픈 근로자들의 현실에 씁쓸함만 더했다는 반응이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