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의 명예훼손은 명문으로 금지시켜야 한다.” “표현의 자유에 관한 한 현 한국 상황은 사법파쇼나 다름없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영주 목사) 언론위원회(위원장 전병금 목사)가 26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 2층에서 개최한 토론회 ‘벼랑 끝에 몰린 표현의 자유, 이대로 좋은가?’(사진)에서 참가자들은 현 정부에서 자행되고 있는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먼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침묵행진 ‘가만히 있으라’의 제안자인 용혜인씨는 경찰의 개인 의사표현 제한과 인권침해 상황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용씨는 “지난해 5월과 6월, 세월호 추모집회로 연행된 시민의 숫자는 320명에 달한다”며 “출석요구서를 발부받은 것까지 포함하면 720명 가량이 세월호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 등으로 경찰조사를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찰서와 유치장에서 학생이나 여성 등에 대한 반말, 폭언이 특히 심했으며 일부 경찰서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연행된 시민들에게 수갑을 채우기도 했다”고 경찰 인권 침해 실태를 전했다. 그는 “대법원 판례상 평화로운 집회는 미신고집회라 하더라도 해산하거나 처벌 대상이 되지 않음에도 경찰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단순참가자까지 소환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것은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성담 화백은 “대한민국은 우리 화가들에 대해서 인류역사상 최대 탄압국”이라고 규정했다. 홍 화백은 ‘삽질 소나타’, ‘골든타임 ― 외과의사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를 하다’ 등에 이어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출품한 걸개그림 ‘세월오월’의 내용이 문제돼 수정을 요구받는 등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부르짖는) 창조는 상상력에서 비롯되는데, 빈약한 상상력으로 어떻게 창조를 해낼 것이며,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껴 있는 동북아 국제질서 속에서 어떻게 이 나라가 생존할 것인가”라며 정부의 문화예술에 대한 시각을 비난했다.
신학림 ‘미디어오늘’ 사장은 최근의 표현의 자유 탄압이 현 언론 환경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 여당은 종이신문과 지상파 방송은 완전히 평정됐다고 보고 있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 장기집권이 가능하다는 관점에 서 있다”며 “이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즉 자유롭게 표현하는 시민들만 남았기 때문에 이들을 옥죄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패널 토론에 나선 한웅 변호사(촛불인권연대)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한, 지금은 법이 개입하지 말아야 할 영역에 개입하는 ‘사법파쇼’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시위 참가자가 교통방해를 하기 위해 시위를 하는 게 아님에도 현 정권은 교통방해죄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헌법상 집회·시위는 보호 대상이지 탄압과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명예훼손죄의 경우도 명백하게 허위인 경우 명예훼손의 고의가 뚜렷한 경우에만 처벌해야 한다. SNS와 관련해서는 원작성자만을 처벌하고 단순 리트윗은 고의와 악의성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경우에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기관의 명예훼손 고소에 대해서도 비판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한 변호사는 “국가기관은 원래 명예가 없고 국민으로부터 무한 비판을 받은 의무만 있다”며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아니라 단순한 통치와 처벌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것과 다름 없다. 국가기관의 고소는 명문으로 이를 금지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경신 고려대 교수는 명예훼손 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친고죄화’, ‘진실명예훼손의 폐지’, ‘모욕죄 폐지’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은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명예훼손죄의 비형사범죄화 추진을 내비치기도 했다.
언론위원회 전병금 위원장은 “금번 토론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정리하여 여·야 대표에게 전달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위해 계속해서 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NCCK 언론위원회는 ‘표현의 자유 침해 신고센터(02-742-8981, kncc@kncc.or.kr)’를 운영하면서 그 결과를 ‘사례집’으로 발간할 방침이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표현의 자유면에서 한국은 사법파쇼"…NCCK토론회
입력 2015-03-27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