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캡틴은 이번에도 기성용… 과제는?

입력 2015-03-27 16:57
“굳이 바꿀 이유가 없습니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지난 2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왜 기성용(26·스완지시티)에게 다시 주장 완장을 안겼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기성용에 대한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기성용은 2015 호주아시안컵에서 주장으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그라운드 안에선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었으며, 그라운드 밖에선 선배와 후배의 가교 역할을 했다. 대표팀 리더로서 흠잡을 데가 없었다. 더 중요한 사실은 기성용이 프로에 데뷔한 2006년부터 진화를 거듭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뛰어난 신체조건(187㎝·79㎏)을 가진 기성용은 볼 키핑과 패스를 잘하는 미드필더에서, 수비력이 향상된 미드필더를 거쳐, 공격력과 득점력까지 갖춘 정상급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기성용은 K리그에서 뛸 때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했고, 셀틱에선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선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소화하고 있다.

기성용은 이번 시즌 스완지시티에서 두 가지 과제를 잘 해결하고 있다. 첫째는 주전 자리를 꿰찼다는 것이다. 그는 라이벌들을 모두 제압하고 스완지시티의 중앙 미드필더 첫 번째 옵션이 됐다. 이번 시즌 27경기에 출장했는데 24경기를 풀타임으로 뛰었다. 두 번째 과제인 공격력 강화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호 골을 터뜨린 것을 시작으로 30라운드까지 6골을 터뜨렸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기성용이 대표팀에서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선 한 가지 능력을 더 갖춰야 한다. 그것은 중앙 미드필더로서 경기의 고저장단을 바꾸는 능력이다. 프랑스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43)처럼. 기성용이 ‘그라운드의 마에스트로’ 지단 같은 선수가 되려면 볼 키핑 능력과 득점력뿐만 아니라 경기 흐름을 꿰뚫어 보는 눈, 경기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카리스마 등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여기에 판단 속도와 볼 처리 속도를 높이면 금상첨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