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수학여행 사라지나… 학교 10곳 중 6곳 미실시

입력 2015-03-26 14:50

전교생이 432명인 경기도 여주제일중학교는 오는 5월 14일 주제별 체험학습을 기획하고 있다.

학급별로 교사와 학생이 협의해 체험학습 장소를 정해 소규모로 움직일 예정으로, 숙박하지 않고 당일 다녀오는 일종의 소풍이다.

2학기에도 하루동안 모든 일정을 소화하는 현장체험학습을 계획하고 있다. 1박2일, 또는 2박3일간 머무르는 수학여행이나 수련활동은 계획하지 않았다.

이달 초 학생회 임원 중심으로 80명 미만 소규모 수련활동만 1박2일 국립 평창청소년수련원으로 다녀온 게 올해 진행한 숙박형 단체 활동의 전부다.

수학여행을 가더라도 한 학년이 함께 가지 않고 2∼3개 팀으로 나누어 출발 일정을 달리해 소규모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26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이처럼 경기도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23125곳 가운데 65%가량이 숙박형 수학여행(주제별체험학습)을 가지 않을 계획이다.

학교급별로는 중학교가 전체 612곳 중 단 110곳만 수학여행을 가기로 해 참여율이 18%로 가장 낮았다.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는 각각 1214곳 중 541곳(44.6%), 459곳 중 194곳(42.3%)만이 수학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과정과 연계해 공동체 의식, 협동심 함양을 주제로 이뤄지는 학교밖 교육활동인 수련회(테마형수련활동) 실시율도 높지 않다.

초등학교가 46.8%, 중학교가 55.1%, 고등학교가 60.6%로 전체 2285곳 중 1183곳이 실시해 평균 51.8%를 보였으며, 이마저도 411곳(18%)은 숙박형이 아닌 1일형(당일치기)을 선택했다.

숙박형 단체 수학여행보다 당일치기 소규모 소풍을 선호하는 분위기는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사고 영향이 크다고 교육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가 고등학생 250명과 교사 11명이 희생한 대규모 참사였던 만큼, 학교관리자 입장에서 당분간 대규모 단체 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또 세월호 사고 후 관련 조례가 제정되면서 대규모 수학여행 또는 수련활동 기획 시 안전요원 의무배치, 교육지원청 컨설팅단 의무 점검 후 체험활동 시행 등 안전사고 예방 대책이 까다로워진 것도 한 이유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학교 간 시행계획이 서로 달라 학생들 간 불만만 커지고 있다.

수학여행은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친구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여행이라는 의미가 있어 그만큼 상실감도 크다.

용인의 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작년에도 수학여행을 못 가서 기대가 많았는데 새로 온 고등학교에서도 소풍만 간다고 해 실망이 크다. 어느 학교는 수학여행을 간다고 하는데, 차별받는 것 같다. 실현 가능한 안전대책을 세워야지 무작정 못 가게 하는 게 능사는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