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금융계열사가 흥신소 직원을 동원해 소송 상대방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흥신소 직원 강모(46)씨를 26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대기업 금융계열사인 H사의 소송 상대방인 정모(62)씨를 23일 오전 내내 미행하며 동영상을 촬영하고 지인과의 대화를 훔쳐 들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강남구 논현동의 한 호텔 소유주였으나, 2010년 호텔을 담보로 H사로부터 5년 만기 300억원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호텔 일부층을 H사가 지정한 업체가 사용할 수 있게 했으나, 해당 업체는 임차료를 납부하지 않고 잠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H사에 밀린 임차료를 제외한 채 이자를 납부했는데, H사는 채무불이행으로 간주하고 호텔을 경매에 부쳤다. 지난 6월 호텔 소유권을 빼앗긴 정씨는 H사가 의도적으로 자신을 함정에 빠뜨렸다고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여왔다.
이런 와중에 정씨는 지난 23일 오전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자신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강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정씨가 집을 나설 때부터 쭉 촬영당한 사실을 확인하고 강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강씨는 임의동행 과정에서 휴대전화에 있는 동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경찰은 “강씨는 흥신소에서 지시한대로 했을 뿐 H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현재 휴대전화의 녹음파일과 동영상에 대해 복원을 의뢰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대기업 금융계열사, 흥신소 고용 소송상대 사찰 의혹
입력 2015-03-26 1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