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끝까지라도 쫓아갈 기세”…자전거 18㎞ 끌고간 도둑 결국 잡아낸 경찰

입력 2015-03-26 07:33 수정 2015-03-26 09:42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는 자료사진. 국민일보DB

뒷바퀴에 자물쇠 체인까지 채워진 자전거를 훔쳐 무려 18㎞까지 끌고 간 자전거 도둑을 경찰이 끈질긴 수사 끝에 붙잡았다.

26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피해자 A씨(51)는 지난달 28일 오후 9시20분쯤 자신이 운영하는 강서구 화곡동의 점포 앞에 세워놓은 출퇴근용 수입 자전거를 도난당했다.

50만원 상당의 고가 자전거라 도난 방지를 위해 뒷바퀴에 자물쇠까지 채웠지만 자전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신고를 받은 강서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은 폐쇄회로(CC)TV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 인근에서 한 중년 남성이 자전거를 들고 가는 모습을 포착했다.

경찰은 이 남성의 동선에 있는 CCTV를 따라가며 그의 행방을 쫓았다.

쉽게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이 중년 남성은 이동 중간에 자전거를 세워 쉬기도 하면서 강서구와 양천구 주택가 골목을 누비며 끝없이 이동했다. CCTV를 보며 자신을 추적할 경찰을 의식한 것으로 보였다.

한때 신정동에서 남성의 모습이 사라지기도 했으나 경찰은 포기하지 않았다.

용의자가 긴 도주 '행진'을 끝내고 신정동의 한 빌라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포착하기까지 경찰이 확인한 CCTV는 모두 68대였다. 이를 분석하는 데만 꼬박 8일을 소요했다.

경찰은 결국 지난 10일 오후 잠복 끝에 일용직 노동자 김모(59)씨를 검거했다.

조사 결과 김씨의 집은 사건 현장으로부터 10㎞ 거리였지만 김씨는 골목을 이리저리 누비며 18㎞를 수 시간 동안 끌고 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의 집에서 조각조각 분해되고 나서 검은색으로 칠해져 재조립 중인 자전거를 발견했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에서 "당시 술에 취해 자전거에 손을 댄 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었고, 돌려줄 수도 없어 그대로 가져왔다"고 진술하며 범행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경찰은 김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