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은 탈모치료, 이제는 아니 되오

입력 2015-03-26 07:51

최근 상류층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린 드라마 속 탈모 이야기가 연일 화재를 끌고 있다.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지고 남부러울 것 없이 사는 주인공이 머리카락 한 가닥 앞에서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면, 탈모는 누구에게나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광주에 사는 김효원(35, 가명)씨도 요즘 이 드라마를 보며 동병상련의 심정을 느끼고 있다. 특히, 자신과 같은 방법으로 빗을 이용해 두피를 두드리며 탈모 관리를 하는 주인공을 보면 위로 아닌 위로를 받는 기분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빗으로 두피를 두드리는 행위가 실제 탈모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될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흔히 두피를 빗으로 두드리면 혈액순환이 개선되어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의학적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 오히려 지나친 자극으로 인해 피지분비가 촉진되고 두피가 두꺼워질 위험이 있다. 특히 뾰족한 빗으로 두드리다 상처가 날 경우에는 그로 인한 염증과 2차 감염이 두피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이처럼 탈모는 유난히 풍문으로 들리는 치료법이 많은 질환이지만 이들 치료법을 함부로 따라 했다간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나용필모피부과 나용필 원장은 “남성형 탈모는 몸이 안 좋거나 혹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며 “따라서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거나 부쩍 빠지는 등의 탈모 초기 증상이 나타났다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탈모가 이제 막 시작됐다면, 약물치료 하시오

탈모의 시작을 알리는 증상은 모발 빠짐이 아닌 가늘어짐 이다. 그 이유는 탈모 발생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는데, 탈모는 유전과 DHT가 원인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DHT는 모낭을 위축시켜 굵고 튼튼했던 모발을 얇고 연약하게 만든다. 따라서 탈모 발생 여부를 관찰할 시에는 모발 굵기를 주의해서 봐야 한다. 다행히 이러한 초기 탈모는 약물치료만으로 충분한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처(FDA)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KFDA)의 승인을 받은 탈모치료제에는 먹고 바르는 약물 두 가지가 있는데, 먹는 약은 탈모의 주요 원인인 DHT의 생성을 억제해 탈모를 억제하고 발모를 촉진하며, 바르는 약은 모근 세포의 성장을 촉진시켜 탈모를 치료한다. 특히, 먹는 약은 장기 임상연구를 통해 90%의 탈모 억제 효과와 70%의 발모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복용 3개월 시점에서 나타나기 시작해 1년 경과 시점에서 극대화 되는 만큼, 효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탈모가 심하다면, 모발이식을 고려해 보시오

만약 1년 이상 약물치료를 지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탈모가 이미 심하게 진행됐다면 자가모발이식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자가모발이식술은 탈모가 진행되지 않는 후두부 모발을 채취해 탈모 부위에 이식하는 수술로, 공여부 우성의 원리에 따라 한 번 이식한 모발은 영구히 탈모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모발이식 수술은 후두부 절개 여부에 따라 절개식과 비절개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 비용과 이식모 수, 회복 기간 등에 차이가 있으므로 수술 전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본인이게 맞는 수술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이식 받은 모발은 수술 후 완전히 빠졌다가 다시 나며, 자연스럽게 자리잡기까지는 약 6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취업, 결혼 등 대소사를 앞두고 자가모발이식술을 고려하고 있다면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이식 부위 이외의 부위에서는 계속해서 탈모가 진행 될 수 있으므로 성공적인 수술 결과를 유지하고 재수술을 막기 위해서는 약물치료를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탈모치료,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이오?

앞서 언급한 빗으로 두피 두드리기와 같이, 항간에는 다양한 탈모치료 관련 풍문이 존재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검은콩이 발모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검은콩에 함유된 단백질과 영양소가 모발 건강에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이미 발생한 탈모를 돌이킬 수는 없다. 탈모샴푸 역시 탈모 예방 및 방지를 위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탈모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 수단이 아닌 두피 건강 보조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와는 반대로, 최근 샴푸의 화학물질이 탈모를 유발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물로만 머리를 감는 노푸가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샴푸 없이 머리를 감을 경우 두피에 쌓인 오염물질이 제대로 닦이지 않아 두피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으며, 지성 두피일 경우에는 두피의 기름이 모낭에 염증을 일으켜 오히려 탈모를 일으킬 수 있다.

나용필모피부과 나용필(사진) 원장은 “의학적 치료는 미룬 채 풍문으로 퍼진 탈모 치료법을 시행하다 상태가 악화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며 “탈모는 진행 단계별로 약물치료, 자가모발이식술 등 권장되는 치료법이 존재하므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태에 알맞은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