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조치 해제 문턱에서 2년 넘게 허비 정부

입력 2015-03-25 17:15
정부의 ‘5·24조치 해법’이 시간이 갈수록 꼬여만 가고 있다. 2013년 초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그 정도(5·24조치 해제)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던 자신감이 천안함 폭침 사건 사과를 다시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여당의 정치공세에 동승하는 모양새다.

북한의 경직된 태도까지 겹치면서 현 정부는 문제 해결의 문턱에서만 2년 이상을 허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정부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이명박(MB)정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내놓는다.

5·24 조치는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하자 MB정부가 취한 대북 제재로, 남북교역 중단·대북 신규투자 금지 및 지원사업 보류 등으로 요약된다. 결국 이를 풀어야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작동하는 일종의 ‘바로미터’인 셈이다.

최근 불거진 논란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촉발됐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인정하고 사과하기 전에 5·24 조치를 풀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천안함 폭침 사건을 바라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지적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정치용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발끈했다. 천안함 사건을 발뺌하며 사과도, 인정도 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자 우리 국방부가 “천안함 사건은 북한 잠수정에 의한 것으로 결론 났다”고 못을 박았고, 통일부 당국자도 나서서 “(5·24 조치 해제를 위해선)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정부 입장이 유 원내대표 스탠스와 동일해진 것이다.

정부 태도는 불과 1~2개월 전만해도 이와 달랐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우리가 먼저 5·24조치를 풀 수도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신년사로 인해 양측간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때였다.

그러나 상황은 다시 급변했다. 대화 테이블이 차려지기도 전에 남북은 각자의 원래 위치로 되돌아갔다. 우리 측은 대화의 ‘원칙’을, 북한은 ‘책임 무(無), 사과 무(無)’라는 경직된 기존 입장을 내세웠다. 이처럼 무르익은 대화 분위기를 실제 대화로 연결하지 못하는 일은 3년째 반복되는 현상이다. 2013년의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튀어나온 ‘대화의 격’ 논쟁,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전후의 최고위급 접촉 무산 등이 그 사례다.

정부 주변과 정치권에서는 ‘통 큰 결단’ ‘대범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꽉 막힌 대북관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5·24 조치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남북 대화 과정을 통한 북한의 비공식적인 유감 표명 정도만 나온다면 우리가 이 조치를 해제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바로 이런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먼저 다양한 대북 ‘물밑 접촉’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