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누나의 천국이야기 3] 천원식당 할머니 이웃사랑 힘의 원천, 신앙이었군요 (생전 영상)

입력 2015-03-26 00:10 수정 2015-03-26 08:26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1000원 밥상’을 차렸던 김선자 할머니가 생전에 ‘해뜨는 식당’ 문을 열고 있는 모습. 광주일보 제공

크리스천들이 세상 속에서 배웠으면 하는 가치를 담은 인물이나 이야기를 편안하게 풀어가는 코너입니다. 어설픈 교회누나인 기자 스스로도 조금씩 변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서요. 우리 독자님들도 교회누나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변화되는 삶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나중에 같이 천국 가 보아요. ^^~

‘천원식당’을 아시나요? 원래 이름은 ‘해뜨는 식당’입니다. 광주 대인시장에 있고요. 천원식당으로 불리는 이유는 1000원 내고 푸짐한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0년 7월 문을 연 식당은 신문과 방송에서 여러 차례 소개됐습니다. ‘천원식당’은 이웃 사랑의 최고봉으로 꼽혔죠. 교회에서도 예화로 많이 사용됐고요. 그런데 천원식당을 연 김선자 할머니가 지난 18일 대장암 투병 중에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가 교회에 다니셨다는 것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할머니의 헌신적인 마음이 어디서 나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기사를 검색해 봤죠. 개업 초기에 할머니 사연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그 단서를 미약하게나마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교회에 다니셨던 크리스천이셨습니다.

대인시장상가상인회가 발행하는 ‘우리동네뉴스’는 2010년 8월 할머니의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초기 식당을 이끌어 갈 수 있던 것도 교인들 덕분이라고 하네요.

우리동네뉴스는 “서너 가지 반찬에 된장국 밥 한 그릇, 누가 봐도 1000원은 훨씬 넘는 밥상”이라며 “반찬은 같은 교회 성도들이 손수 만들어 준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할머니는 이웃사랑은 헌신 그 자체였습니다. 일흔을 앞둔 할머니에게 식당일은 고되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우리동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딱 죽어불것소!”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식당 문을 연 지 보름쯤 지났을 때 하루 손님은 100명이 되었다네요. 외지에서 온 독거노인과 학생 이 60%정도였다고 하고요. 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노인들도 천원식당을 애용했습니다. 우리동네뉴스는 “하루 식당 매출이 10만원인데 음식재료 준비에만 들어가는 돈이 17만원어서 팔면 팔수록 손해나는 장사”라면서 “간간이 교회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이 와서 돕기는 했다”고 말했습니다.

할머니는 식당을 연 뒤 온몸에 땀띠가 났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할머니는 “몸이 피곤해도 어려워서 찾아온 손님들이 있어 편히 쉬기도 어렵다”며 “나누는 삶은 우리 모두에게 풍요를 주고 기쁨을 주는 만큼 힘이 될 때까지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식당을 2년쯤 운영했을 때 할머니는 대장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도 식당이 운영될 수 있게 늘 걱정하셨고요. 다행히 주위의 좋은 분들이 식당 운영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식당 걱정을 하셨다고 합니다. “식당을 계속 운영해달라”는 유언을 남기셔서 주위를 숙연하게 했습니다.

하나님의 품에 안기시기 직전까지 이웃사랑을 실천한 할머니를 보며 왠지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나, 그리고 내 가족만 바라보고 주위를 둘러보지 않았던 제 모습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기독교는 때론 ‘개독교’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왜 더 나쁜 행동을 하냐는 것을 비꼬는 말입니다.

그러나 다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여기 ‘천원식당’ 김선자 할머니가 그 좋은 예일 것 같고요. 할머니같은 분이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이 참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