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한국교회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NCCK 세월호 참사 1주기 신학토론회

입력 2015-03-25 14:47

세월호 참사가 다음달 16일 1주기를 맞는다. 300명이 넘는 이들의 숨소리가 멈춘 참사에 한국교회는 지난 1년간 어떻게 반응했을까. 또 한국교회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세월호를 마주해야 할까. 이 같은 질문에 신학적인 답을 찾는 시간이 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 마련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세월호참사대책위원회는 이날 세월호 참사 1주기 신학토론회’(사진)를 개최했다. 토론회 주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한국교회의 응답’이였다.

김은혜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기독교 생명 가치와 기억의 윤리’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김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생명을 중심에 놓고 하나님을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생명위기의 시대에 한국사회를 향해 생명의 길과 생명공동체의 비전을 제시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생명의 길은 그리스도가 걸어가신 길이며, 우리가 가야 할 그리스도인의 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가 할 일로 ‘기억’과 ‘연대’를 꼽았다. 세월호 참사를 ‘이제 그만하면 잊고 새롭게 출발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계속 짊어져야 할 십자가로 생각하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교회는 정치신학자 요한 밥티스트 메츠(J.B Metz)의 말처럼 ‘위험한 기억’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기억의 공동체”라며 “이러한 공동체는 위험한 기억에 담긴 억울한 죽음의 희생자들과 연대하며 불의한 정치 구조에 저항하고 비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통과 갈등을 만드는 구조 등을 바꾸는 일에 희생과 헌신해야 한다”며 “우리가 주기도문으로 날마다 기도하듯 함께 일할 때 주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창현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맹골수도에 죽은 예수의 부활을 준비하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이었다. 그는 “한국교회는 몸집 불리기에 집중한 나머지 세월호 참사 등 안전불감증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던 사고의 징조를 미리 깨닫는 예언자적 역할에 실패했다”며 “신학자들도 이러한 참사에 대한 신학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박 교수는 “대부분 교회는 이 나라가 이러한 불행을 극복하고 함께 만들어갈 미래 모델을 제공하지도 못 했다”며 “오히려 몇몇 목사들과 교회가 유족들의 아픔을 가중시키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가 예수의 부활을 준비하고 세상에 알렸던 여인들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수의 죽음을 누구보다 아파하고, 버려진 무덤을 지키며 하나님이 승리하신다는 것을 믿었던 여인들의 믿음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는 “예수의 죽음을 자신의 죽음으로 받아들인 여인들처럼 한국교회가 세월호의 불행을 바라봐야 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에 나서 유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보상하는 부활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글=진삼열 기자, 사진=강민석 선임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