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올해 아프간 철군 없다”…9800명 잔류

입력 2015-03-25 14:36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9800명을 연말까지 잔류시키는 것을 비롯해 전체적인 미군 철군 일정의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국을 방문 중인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 회담한 자리에서 이 같은 방침을 확정한 뒤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발표했다.

가니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안보불안 등을 이유로 미군 철군 일정 조정을 공식으로 요청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흔쾌히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아프간은 여전히 위험한 지역이다. 현재로서는 아프간 치안군 단독으로 현지의 치안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면서 “현재의 잔류 미군 규모를 몇 개월 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미군 잔류 규모는 아프간의 상황을 봐가며 올 후반기에나 결정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이번에 아프간 미군 철군과 관련해 유연성을 보인 것은 아프간의 치안을 확보하는 동시에 아프간이 장차 테러리스트들의 공격기지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양국의 한층 강화된 파트너십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만 “내년 말까지 아프간 내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겠다는 큰 틀의 일정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직후인 10월 7일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기치 아래 아프간 전쟁에 나선 지 13년 만인 지난해 연말 미군의 전투임무를 끝내며 종전을 선언했으며 현재 아프간에 잔류한 아프간 안정화 지원군 9800명도 올 연말까지 5500명으로 줄인 뒤 내년 말까지 완전히 철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아프간의 치안이 계속 불안할 경우 2016년 이후에도 미군이 잔류할 가능성도 있다.

공화당은 현재 미군이 예정대로 철군하면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가 발호해 아프간이 ’제2 이라크'가 될 공산이 크다며 완전 철군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가니 대통령 역시 그동안 줄곧 미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미군 철군 속도조절과 함께 잔류기간 연장 등을 공개로 호소해 왔다.

미국은 아프간 철군 일정 재조정과 더불어 애초 올해 폐쇄하려던 아프간 남부의 칸다하르 공군기지와 동부의 잘라라바드 공군기지도 연말까지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고 미 국방부의 한 관리가 전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앞서 전날 메릴랜드 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양국 간 고위급 회담에서 아프가니스탄이 35만2000명 규모의 치안군을 유지할 수 있도록 2017년까지 자금을 지원키로 합의했다.

아프간은 군병력 증강 등을 위해 최대 8억 달러(약 9000억원)에 달하는 미국의 재정지원을 받는 대가로 특정 분야에 대한 개혁을 추진키로 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