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한쪽 눈 시각장애인에게도 1종 면허 허용 권고

입력 2015-03-25 13:30
국가인권위원회가 개별 운전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한쪽 눈의 시력에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1종 운전면허 취득을 일률적으로 제한한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제동을 걸었다.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시각장애인의 조건부 면허 취득이 가능하도록 관련법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최모씨 등 7명은 “한쪽 눈이 실명되거나 저시력이지만 다른 한쪽 눈은 시각장애가 없어 운전에 지장이 없는데도 운전능력에 대한 개별 검증 없이 1종 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45조는 1종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면 두 눈을 동시에 뜨고 측정한 시력(교정시력을 포함)이 0.8 이상이고, 두 눈의 시력이 각각 0.5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청은 한쪽 눈을 보지 못하는 단안 시각장애인의 경우 시야가 제한되고 거리감각 등에 문제가 있어 대형 자동차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없으므로 불특정 다수를 보호하려면 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지난 2003년 해당 시행령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를 심의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1종 면허가 2종 면허보다 더 높은 시력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장애인을 차별하는 행위는 아니라고 보고 진정 자체는 기각했다.

그러나 1종 면허 취득을 일률적으로 제한해 예외나 조건부 면허취득을 아예 허용하지 않는 부분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정책 권고를 내렸다. 인권위는 그 근거로 기술발전으로 인해 시각장애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운전 보조장치가 개발된 점, 청각이나 다른 신체장애인의 경우 자동차의 구조를 한정하거나 각종 보조수단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1종 면허 취득이 가능한 점 등을 들었다.

또 시력과 운전능력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 점, 2종과 1종 면허로 운전하는 차량의 길이나 폭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 외국에서는 단안 시각장애인에게도 조건부 면허 취득을 허용하는 점 등이 권고 배경이 됐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