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는 여자친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달리는 차에 뛰어든 철부지 남성이 등장했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고의로 달리는 택시와 부딪힌 뒤 무단횡단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거짓 진술한 심모(2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심씨는 지난해 9월 17일 밤 술에 취한 채 서울 강남역 주위를 정처 없이 배회했다. 그는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절망에 빠진 상태였다.
어떻게 하면 여자친구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심씨는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으로 동정표를 얻기로 했다. 멀리서 택시가 달려오는 것을 본 심씨는 2개 차로를 건너 택시 앞으로 뛰어들었다. 택시는 순간적으로 시속 27㎞로 속도를 줄였고 심씨는 차와 부딪힌 뒤 보닛 위에서 한 바퀴 회전해 바닥에 떨어졌다.
이 사고로 심씨는 왼쪽 무릎 인대가 파열돼 전치 12주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470만원 가량의 병원비가 문제였다. 별다른 직업이 없던 심씨는 병원비를 낼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심씨는 무단횡단을 하다가 우연히 사고를 당한 것처럼 거짓 진술하고 입원치료비를 지급받았다. 하지만 블랙박스 영상은 심씨가 일부러 사고를 냈다고 말하고 있었다. 심씨는 일반적인 교통사고 피해자처럼 차량을 피하는 게 아니라 택시 쪽으로 몸을 움직였고, 왼쪽 팔꿈치로 차량 보닛을 짚고 스스로 점프하는 등 충격을 줄이려는 동작을 보였다. 일부러 점프해서 회전한 탓에 다친 부위 역시 엉뚱한 곳이었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을 근거로 심씨를 추궁했다. 심씨가 계속 부인하자 거짓말탐지기를 의뢰했고, 이마저 거부당하자 교통사고 재현 프로그램(PC-CRASH)을 사용했다.
경찰은 도로교통공단과 함께 피해 부분, 차량 이동거리와 속도, 보행 형태 등을 토대로 사고 상황을 시뮬레이션으로 재구성해 심씨에게 내밀었다.
그제야 심씨는 “헤어진 여자친구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일부러 사고를 냈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이렇게라도 하면 돌아올까” 이별통보 받고 차에 뛰어든 철부지 男
입력 2015-03-25 0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