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에서 추락하다니…사고 수습 접근도 어려워

입력 2015-03-25 00:57
24일(현지시간) 프랑스 알프스에서 추락한 에어버스 A320 항공기는 5000피트(1524m) 상공에서 이상조짐을 나타냈고, 이후 험준한 산악지대에 추락한 만큼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 여객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것은 109명의 희생자를 낸 2000년 7월 파리 콩코드기 사고 이후 15년 만이다.

사고기 기장은 프랑스 마르세유 공항 관제탑에 마지막 교신을 보내고 비상 하강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 하강은 통상 분당 5000 피트의 속도로 이뤄진다. 그러나 사고 항공기는 1분에 3375피트로 하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 전문가들은 조난 신고를 했을 당시 이미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고 지점 인근에 있던 알프스 지역 주민 피에르 폴리치는 “오전 11시30분쯤 하늘에서 비행기가 천천히 움직이는 듯한 큰 소음이 8초 가량 들려왔다”면서 “소리가 잠시 멎었다가 30초 정도 지난 후 굉음이 다시 들려왔고 5~8㎞ 떨어진 지점에 여객기가 추락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프랑스에서 커다란 비극이 발생했다”면서 “이번 비극의 원인이 무엇인지, 지상에서 피해자가 발생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장 접근이 어려워 사고 수습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항공기 추락 지점은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알프코트다쥐르주의 디뉴르뱅과 바르셀로네트의 중간지대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산악 전문가들을 인용해 “사고 지점은 많은 눈으로 덮여 있어 구조대가 걸어서 접근하거나 헬기에서 스키를 신고 내려서 접근하는 방법만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추락 지점 인근에서 잔해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프랑스와 독일 정부는 사고 조사팀을 급파했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모든 일정을 취소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25일에는 자신이 직접 현장에 가겠다고 밝혔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트위터에 “비극적인 사고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프랑스, 독일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기에는 스페인 국적의 승객 최소 42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프랑스를 국빈방문한 스페인 펠리페 6세 국왕 부처는 항고기 사고 소식 직후 곧바로 귀국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사고 원인 파악에 나섰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사고 원인 조사에 협력할 방침을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디뉴르뱅 지역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약간의 구름이 끼어 있었으나 난기류는 없었다”고 말했다. 독일 보안 당국은 테러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저먼윙스와 모회사인 루프트한자 독일항공은 “사고에 따른 희생 가능성을 깊이 우려하며 수습에 힘을 모으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저먼윙스는 최근 파업 홍역을 치르고 있는 루프트한자 독일항공의 자회사로 2002년 설립됐으며 본사는 독일 쾰른에 있다.

에어버스 A320은 보잉 737과 함께 현재 운항 중인 중·단거리 여객기의 주력 기종으로 이륙 횟수 100만회 기준 0.14회의 사고율로 양호한 안전 기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연료 효율이 뛰어나 유럽 저가 항공사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해당 항공기는 루프트한자에서 1991년부터 24년 정도 운항한 항공기로 최대 18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크기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