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9시 세종문화회관 세종대극장. 공연이 막바지에 이를 때쯤 지휘자가 지휘봉을 내려놓고 마이크를 쥔 채 2900여 관객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다음 곡은 비제의 ‘투우사의 노래’입니다. 오늘 공연에 청각장애인도 오신 것으로 압니다. 이번에는 이분들이 공연을 어떻게 감상하는지 관객 여러분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연주를 준비했습니다.”
사회자가 아닌 지휘자가 공연 내용을 말로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이례적인데 잠시 후 더 생경한 모습이 펼쳐졌다. 한창 노래하던 바리톤 이수빈씨가 곡 중간에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입만 벙긋거린 것. 오케스트라 단원들 역시 시간이 멈춘 듯 악기를 든 손을 그대로 둔 채 연주를 멈췄다.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바리톤 혼자 대여섯 소절을 입만 벙긋대자 일부 관객은 폭소를 터트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관객들은 이 퍼포먼스의 의도를 깨달았다.
밀알복지재단과 한국밀알선교단이 주최한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통합을 위한 제12회 밀알콘서트’는 이처럼 특별한 감동과 깨우침이 함께 한 음악의 향연이었다.
두 단체는 장애인에게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굿윌스토어’의 확장을 위해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 2004년부터 매년 밀알콘서트를 연 재단은 이날 공연에 장애인 600여명을 초청하고 차량과 식사를 지원했다.
공연 프로그램은 모차르트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 사르토리의 ‘타임 투 세이 굿바이’ 등 친숙한 곡으로 구성됐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밀알첼로앙상블 단원인 차지우(19·지적장애 3급)군의 무대였다. 긴장한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차군이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을 훌륭히 연주하자 관객들은 박수갈채와 함께 열띤 환호를 보냈다.
남편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허일숙(61)씨는 “열심히 노력해 장애를 뛰어넘은 차군의 연주가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전했다. 전은경(49·여·뇌병변장애 1급)씨도 “수천명의 관객 앞에 서서 훌륭하게 연주한 차군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차군처럼 장애를 이겨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밀알복지재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통합을 위한 제12회 밀알콘서트’ 개최
입력 2015-03-24 15:22 수정 2015-03-24 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