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발족한 ‘갈렙 밝은 문화 은목회’의 고문 분들과 최근 오키나와에서 작은 포럼을 열었다. 각 교단의 총회장을 지낸 분들이라 배울 점이 많다.
여정 중 노 목사님들의 관심사는 일본에서 십자가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좀처럼 십자가는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한 분이 “아! 저기 큰 십자가가 보인다”며 손을 들어 가리키신다. 정말 큰 건물에 십자가가 우뚝 보였다.
“이런 곳에 어떻게 이렇게 큰 교회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신다. 일본에 왕래가 잦았던 나는 저 건물이 교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목사님, 저건 예식장입니다. 그리고 천주교 성당을 본뜬 예식장은 더 많지요. 신부님 복장이나 목사님 복장의 주례도 있고, 요즘은 미국 목사님 모양의 주례가 유행이랍니다.”
나의 대답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해진다.
요즘 한국의 한 성당에는 평일에도 결혼식이 계속 이어진다. 한 분에게 자초지종을 물은 적이 있는데, 그분의 답은 간단했다.
“저 성당은 예식 행사가 전문인 성당으로 큰돈도 벌었습니다. 결혼식장으로 꽤 유명해요.”
나는 의아해서 또 물었다.
“성당에서 결혼하려면 천주교 신자가 아니면 안 되는데, 어떻게 성당에서 할 수 있나요?”
“사장님은 잘 모르시는군요. 저 성당에서는 1주일 전에만 신청을 하면 하루 만에 교적에 등재가 되고 세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교리 공부를 시키고 세례명도 만들어준대요. 예식비도 싸고 지하에는 저렴한 음식을 대량으로 매입함으로써 질 좋고 값싼 음식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제일 좋은 예식 행사를 진행해 준다고 유명세를 타고 있어요.”
“일거양득이군요.”
“교인도 쉽게 확보하고 돈도 벌죠. 또 혼주에게 경제적 부담을 크게 주지 않기도 하고. 이 성당은 건축으로 빚이 많았는데 모두 갚았다고 합니다.”
참 좋은 생각이다. 나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낸 분이 큰 상을 받아야겠다고 말했다.
천주교의 변신은 정말 놀랍다. 초기 선교 때 제사 문제 때문에 많은 순교자를 배출했으나, 지금은 제사 문제도 해결되었고 술이나 담배, 심지어 예배 시간도 자유롭게 만들었다. 현대인에게는 아주 편리한 선교 방법을 택해 교인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번에는 성당을 예식장으로 개방하여 시대 조류에 따르고 있다. 그러나 종교의 정체성을 생각할 때 납득하기 힘든 점도 있다.
많은 교회가 자기네 교인 아니면 교회를 사용할 수 없게 한 것은 잘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번쯤 생각해 보고 융통성 있는 결정을 내리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본다.
결혼의 풍속도는 변하고 있다. 주례 없이 신랑 신부 스스로 하는 결혼식도 늘고 있다. 주례를 모시기 힘들어서 그러는 경우도 있겠지만, 전통을 따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는 듯하다.
요즘 황혼 결혼식은 명칭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동거 결혼식이라고도 하는데, 결혼식과 모든 것은 같지만 법적 관계는 맺지 않는 결혼식이다. 어떤 목사님이 동거 결혼식의 예배를 주관하시고는 하시는 말씀이, 자녀들의 등쌀 때문에 재혼인 경우 이러한 결혼식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재산 상속 문제가 자녀들에게는 큰 짐이 되는 모양이다. 다양해진 사회에 다양해진 풍경이 나이 든 세대에게는 금방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지에서는 결혼 자체를 하지 않고 그냥 이성 친구로 사는 사람이 아주 많다고 한다. 결혼을 하면 남자는 큰 부담을 안고 산다고 한다. 혹시라도 이혼을 하게 될 경우 재산의 반과 양육비를 부담해야 하니 마음 놓고 결혼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호주의 어떤 예식장에서는 아이 둘과 함께 예식장에서 입장하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예식 매니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에서도 조금 있으면 이런 풍경을 쉽게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 봤다.
결혼은 하나님 앞에서 서로가 서로를 믿고 해야 어려운 일도 기쁜 일도 함께 할 수 있다. 좋을 때만 함께 하고 힘들 때는 헤어진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결혼관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영원히 믿고 같이 갈 분은 예수 그리스도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외로울 때나 힘들 때 그리고 곤경에 처했을 때 믿어야 할 것은 가족일 텐데, 가족이라는 끈이 약해진다면 더욱 더 기댈 곳은 예수 그리스도밖에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신앙 없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정말 외롭고 힘든 인생길이다. 내가 인생의 주인인 시대에 우리의 주인을 예수 그리스도로 바꾸고 그에게 순종하고 보호받는 인생을 산다면, 그 인생은 평안을 가져다주는 즐거운 인생이 될 것이다.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
[강덕영 칼럼-결혼식을 통해 본 세상만사(113)]
입력 2015-03-24 1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