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불태웠다는 누명을 쓰고 지난 19일 500명의 남성에게 몰매를 맞아 숨진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장례식이 금기를 깬 파격적인 방식으로 치러졌다. 남성들에 대한 처벌 요구와 함께, 평소에도 여성을 경시하고, 구타를 일삼는 아프간 남성에게 항의하는 차원에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최근 카불의 한 이슬람 사원 인근에서 코란을 불태웠다는 이유로 집단 구타를 당해 숨진 여성 파르쿤다(28)의 장례식이 22일 (현지시간) 카불에서 거행됐다고 전했다. 장례식에서는 특히 통상적인 이슬람교의 관례를 깨고 파르쿤다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고 항의하는 여성 인권운동가들이 운구해 눈길을 끌었다.
이슬람권에서는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운구하고 여성은 장례식에조차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파르쿤다의 부친인 무함마드 나다르는 여성들이 파르쿤다의 관을 옮기도록 허락했다. 인권운동가인 라민 안와리(30)는 “이번 장례식은 역사적이고 혁명적인 일”이라며 “집에서 묘지까지 운구한 조문객들은 아프간 사회의 변화와 함께 파르쿤다 살해를 지지한 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파루쿤다의 사망이 억울한 죽음임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아프간 내무부 수사국 책임자인 무함마드 자히르 장군은 “모든 증거를 검토했지만 파르쿤다가 코란을 불태웠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아무런 증거도 발견할 수 없었다”며 “그녀는 전적으로 무고하다”고 밝혔다. 수사관들은 파르쿤다가 코란이 아닌 부적을 불태웠다고 말했고, 가족들도 그녀가 코란을 암송할 줄 아는 독실한 무슬림이었다고 강조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아프간 장례식서 이슬람 전통 깨고 여성들이 운구한 사연
입력 2015-03-23 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