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으로서 신랄하게 비판하되 늘 대안을 갖고 비판을 해야 한다. 옳은 일은 통 크게 협조했으면 좋겠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공무원연금개혁 문제 등을 놓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한 수 지도’ 했다. 문 대표가 ‘유능한 경제정당론’ 행보의 일환으로 경제 석학들로부터 ‘과외’를 받는 자리에서다.
박 전 총재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정부의 실정에 대해 야당으로서 신랄하게 비판은 하되 늘 대안을 함께 갖고 비판을 해주면 좋겠다. 정부가 하는 일 가운데 옳은 일은 통 크게 협조했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예로 들어 “지금의 국민과 그 후손이 공무원연금의 일부를 부담하게 돼 있다는데 문제가 있는 만큼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며 “이를 시정하는 일은 인기가 없는 일인데도 현 정부가 개혁하겠다고 하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용단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야당이 이 개혁에 소극적인 것 같은 인상을 국민에게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적극적 자세로 이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란다. 나아가 교원연금과 군인연금 개혁도 추진해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무상급식·보육 문제에는 “보육이나 급식과 같이 동일 장소에서 공동으로 혜택을 받는 복지 분야는 사회보장 정신에 입각해서도 무상으로 하는 게 옳다”고 전제하면서도 “고소득층의 보육비와 급식비는 고소득층이 부담하되 세금으로 내는 게 기본 이치에 맞는다. 이런 점에서 증세 복지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그러면서 “노인이나 빈곤층에 대한 생계지원은 선별 복지로 가는 게 옳고, 이런 선별 복지를 더 늘려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어진 비공개 대화에서 박 전 총재는 “재벌 대기업에 대해서도 성장을 하도록 최대한 지원하되 벌어서 혼자 쓰지 말고 법인세를 많이 내면 용서가 되는 게 아니냐고 전경련에 찾아가서 이야기해라”고 제안했다.
간담회에는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최정표 경제정의실천연합 공동대표도 참석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문 대표는 주로 경청하면서 최근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한 것과 관련해 “최저임금을 우리가 이야기하지만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 임금은 충분한 경우가 많으니 그런 것까지 올리자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당내 연구그룹 ‘더미래연구소’ 초청 강연에서 “돌발행동, 돌발적 주창을 하는 사람이 야당에 가끔 있는데 그런 것을 피해야 한다. 국민을 놀라게 하면 표를 빼앗기지, 늘어나지 않는다”라며 “당내에서 지도자를 아껴주고, 존경하고, 힘을 몰아주는 식으로 당의 기풍이 바뀔 때가 됐다”고 쓴소리를 했다.
최승욱 기자
"옳은 일은 통 크게 협조해라" 박승,文에 한수 지도
입력 2015-03-23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