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싱가포르 정부 요청받고 조문키로 결정

입력 2015-03-23 20:21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키로 한 것은 양국 관계와 고인과의 개인적인 오랜 인연이 작용했다. 이를 잘 아는 싱가포르 정부도 23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통해 한국 정부 최고위급 인사의 조문을 간곡히 요청했고, 이런 보고를 받은 박 대통령이 조문을 결정했다.

박 대통령이 외국 정상급 지도자 서거에 직접 조문을 가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역대 대통령 중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6월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의 장례식 때 방문한 적이 있다. 15년 만에 현직 대통령의 해외조문이 이뤄지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리 전 총리와 대(代)를 이어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박 대통령이 리 전 총리를 처음 만난 것은 박 전 대통령 서거 직전이었다. 1979년 10월 박 전 대통령과 리 전 총리가 정상회담을 할 당시 박 대통령은 작고한 모친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고, 만찬에선 통역을 담당했다. 리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그(박 전 대통령)의 20대 딸 박근혜의 통역으로 우리의 대화는 진행됐다”고 당시를 회상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후 한나라당 대표로 지방선거를 지휘하던 2006년 5월 한국을 방문한 리 전 총리를 면담했다. 리 전 총리는 당시 박 대통령에게 “지도자가 부패하면 안 된다”며 21세기 리더십의 조건을 설명했고, 그의 부인은 박 대통령을 별도로 만나 “선거유세를 다니면 목이 많이 아플 것”이라며 싱가포르산 목캔디를 선물했다.

박 대통령은 리 전 총리 서거 소식을 접한 뒤 별도로 애도성명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성명에서 “애통함을 금치 못하며, 리셴룽 총리를 비롯한 유가족과 싱가포르 국민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은 수차례의 방한으로 한국과도 각별한 인연을 쌓았으며 한·싱가포르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귀중한 지혜를 주신 우리 국민의 친구였다”고도 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