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닫은 가계’… 지난해 여윳돈 90조원 넘어

입력 2015-03-23 17:06

지난해 가계의 여윳돈이 90조원을 넘어섰지만 가계의 씀씀이는 역대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14년 중 자금순환’ 따르면 지난해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잉여자금 규모는 91조7000억원으로 1년 새 4조3000억원 늘었다.

하지만 가계의 씀씀이를 보여주는 평균 소비성향은 지난해 72.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쓸 수 있는 돈이 100만원이라면 72만9000원만 썼다는 얘기다.

잉여자금은 예금·보험·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것이다. 이 자금이 늘었다는 것은 가계가 쓰지 않고 쌓아둔 돈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가계의 잉여자금은 2012년 77조6000억원, 2013년 87조4000억원 등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육박한 데다 노후 대비와 경기 상황이 불확실해 움츠러든 소비가 가계 잉여자금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 거래 증가와 전셋값 상승으로 가계빚은 늘었다. 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지난해 75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0조3000억원 늘었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가계가 지난해 금융기관을 통해 굴린 돈의 증가 폭(14조6000억원)이 빌린 돈보다 커 잉여자금이 늘어날 수 있었다. 가계의 예금은 2013년 49조9000억원에서 작년 69조2000억원으로 20조원 가까이 늘었다. 보험·연금도 88조3000억원에서 93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현재 금융자산은 2885조8000억원으로 금융부채(1295조원)보다 2.23배 많았다. 금융자산 대비 부채의 비중은 2013년 2.19배에서 소폭 개선됐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