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의 외교학] 한중일정상회의 시기 고민하는 정부

입력 2015-03-23 16:32
지난 21일 서울에서 열렸던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는 가장 큰 과제를 남긴 채 끝났다. 바로 3국 협력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문제다. 5년 만에 나온 공동발표문에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정상회의를 열기 위해 노력한다”고 명시되긴 했지만, 3국의 입장은 미묘할 정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과거사와 영토 문제 등 중·일, 한·일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하다.

우선 우리 정부는 정상회의 연내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 ‘3국 협력 사무국(TNC)’ 의장국으로서 3년 동안 열리지 않았던 정상회의를 올해 안에 재개토록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3국 정상회의가) 올해 안에 열리지 않으면 관계 정상화의 모멘텀이 사라지지 않겠느냐”며 “구체적인 일자를 정하긴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조기에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은 정상회의 시기를 8월 이후에나 정하자는 입장이다. 오는 8월 15일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내놓을 ‘아베담화’에 어떤 내용이 담기는지 살펴본 뒤 정상회의 참가 문제를 고민해보겠다는 셈법이다.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가 ‘평화헌법’ 개정을 노린 ‘국내정치용’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라, 이 담화에 전향적인 내용이 담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과거사 문제를 두고 중국과 일본이 다시 정면충돌할 경우 연내 정상회의 개최는 사실상 물 건너 가게 된다. 올해 말 말레이시아에서 열릴 예정인 ‘아세안+3(한·중·일)’에서도 지난해처럼 중·일 정상 간 서먹한 분위기만 확인한 채 끝날 공산이 크다. 반면 역사 문제를 따로 떼어둔 채 3국 관계 회복에만 매달리는 일본은 8월 이전 정상회의 개최를 희망하고 있다.

때문에 3국 정상회의의 성사 여부는 한국의 외교력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 동북아 지역의 공동번영이라는 취지에 따라 ‘3국 협력과 과거사는 분리해 다뤄야 한다’는 스탠스다. 그러나 이런 논리로 중·일을 설득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벌써부터 우리 입장에 대해 “일본과 다른 게 뭐냐”고 의구심을 품고 있다. 중국에게는 일본의 역사인식에 최대한 신중히 대응할 것을 당부하는 한편, 일본에게는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취하라고 촉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과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