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영화 천재 이만희 감독 40주기 맞아 특별전 등 잇따라 개최

입력 2015-03-23 15:30
이만희 감독 영상자료원 제공
귀로
이만희 감독
휴일
이만희 감독 40주기를 맞아 비운의 천재를 돌아보는 행사가 열린다. 이만희 감독은 1975년 4월 3일 영화 '삼포 가는 길'을 편집하던 중 위출혈 증세를 보이며 갑자기 쓰러졌다. 음주와 과로로 육신은 지칠대로 지친 상황이었다.

병원으로 옮겨진 이 감독은 "나에게는 아직 만들어야 할 영화가 있다. 나를 살려 달라"던 바람과 달리 열흘 만인 4월 13일 향년 44세의 아까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떠난 며칠 뒤 단성사에서는 '삼포 가는 길'의 시사회가 열렸고, '삼포 가는 길'은 그해 대종상 감독상을 받았다.

1961년 '주마등'으로 데뷔한 고인은 '불효자'(1961)·'살아 있는 그날까지'(1962)·'다이알 112를 돌려라'(1962)·'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흥행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당시 서울에서 관객 19만명을 모은 '돌아오지 않는 해병'으로 제1회 청룡상과 제3회 대종상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무룡 허장강 박노식 문정숙 구봉서 등의 배우와 서정민 촬영 감독, 전정근 음악 감독, 한우정 작가 등 이른바 '1·7 클럽'(17명이 매월 17일에 모인다는 뜻)이 결성돼 매일 같이 그의 집에 모여 작품을 논하기도 했다.

매년 4∼5편을 내놓으며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는 1964년 '7인의 여포로'가 북한군을 미화했다는 이유로 용공 시비에 휘말리며 시련을 겪었다. '반공법 위반으로 투옥된 1호 영화감독'이 된 그는 40일 후 집행 유예로 풀려났고 영화는 삭제를 거쳐 '돌아온 여군'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됐다. 이후 '물레방아'(1966), '만추'(1966), '귀로'(1967), '휴일'(1968) 등을 통해 예술적 실험에 몰두하며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업을 선보였다.

김태용 감독의 '만추'(2010)까지 모두 네 번 리메이크 됐지만 정작 원본 필름은 유실돼 현재는 만나볼 수 없는 작품 '만추'를 비롯해 그가 남긴 50여편의 영화 중 상당수는 현재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을 비롯해 후대 영화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병훈)은 고인의 40주기를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마련한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시네마테크KOFA에서 다음 달 23일부터 고인의 영화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영화를 한 자리에 모아 상영하는 '이만희 감독 전작전'을 열 계획이다. 영상자료원이 보유한 이만희 감독의 작품 28편가량을 상영할 예정이다.

고인과 동시대에 영화 활동을 했던 감독과 배우, 이 감독의 영향을 받은 후대 감독과 비평가 등을 초청해 관객과의 대화 등 다양한 부대 행사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감독의 딸인 배우 이혜영, 당시 23살 많은 이 감독과의 비밀 결혼으로 화제가 됐던 당대 스타 문숙 등도 함께할 예정이다. 이후 영상자료원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일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다음 달 9일부터 오는 9월 중순까지 한국영화박물관에서 '이만희 감독 40주기 추모전시-이만희를 말하다'도 열린다. 고인의 유품과 작품 관련 이미지, 당대 감독과 배우가 회상하는 고인에 대한 인터뷰 영상 등을 선보인다. 고인의 개인적 고뇌와 갈등 등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오는 5월에는 고인의 대표작인 '귀로'가 DVD로 출시된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