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동정책 재검토 논란…매케인 “오바마 개인 울화통 극복해야”

입력 2015-03-23 15:0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미국 정치권의 논란도 격화되고 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가 네타냐후 총리의 선거 막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해법’ 부인 발언 등을 작심하고 비판하면서 현행 중동정책의 재검토까지 시사하고 나서자 공화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 허핑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우리는 자신의 임기 중 그런 일(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서 “우리가 이-팔 지역의 혼란상을 막기 위해 필요한 다른 조치들을 검토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을 포함한 중동정책과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스라엘 편에 섰던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직접 밝힌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 점령 종식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유엔의 독립국 승인을 추진하는 데 대해 이스라엘 편을 들어 계속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이에 대해 미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은 22일 CNN 방송에 출연해 오바마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개인감정을 드러내고 있다고 확신하며 그것이 양국의 공통된 정책목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개인 울화통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케인 위원장은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일의 우선순위를 혼동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우리가 이스라엘의 친구들과 협력해 중동 지역의 안보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이슬람국가’(IS)와 이란의 물결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유엔에서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승인을 지지할 가능성과 관련, “그런 것을 고려조차 해서는 안 된다”면서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승인을 지지하면 유엔에서 통과될 것이고 그러면 미 의회는 유엔에 대한 기금 지원 문제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척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상원의원도 전날 네타냐후 총리의 승리로 끝난 이스라엘 총선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 대변인의 비판적 반응으로 양국 관계가 영원히 손상됐을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양국 정상의 불편한 관계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달 초 오바마 대통령과 사전 상의 없이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하원의장의 초청으로 미 의회 연설을 강행한 데다 연일 미국 주도의 이란 핵협상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더욱 틀어졌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은 네타냐후 총리의 ‘3·17 총선’ 승리 이후 축하 인사를 건네는 대신 그의 ‘분열적’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네타냐후 때리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