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죽지 못해 삽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세포사멸’ 단계

입력 2015-03-23 14:26 수정 2015-03-23 14:33
편집=김동우 기자

대한민국에서 누가 가장 살기 ‘팍팍’할까? 인터넷에는 ‘우리가 가장 살기 힘들다'며 성토장이 벌어졌다. ’서울에 사는 20대 저소득 여성‘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힘들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발표 직후다.

네티즌 의견은 기관의 발표와 사뭇 달랐다. 서로 ‘살기 힘들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특히 20대에서 30대의 남성들이 울분을 토했다. “2030 남자들은 죽지못해 산다”고 밝힌 글쓴이는 “우리는 2년간 기본 욕구조차 통제된 채 교도소 제소자만도 못한 돈 받아가며 군대 갔다 사회에 나온다. 그래봐야 고맙다는 소리는커녕 너만 군대 갔냐 소리 듣는다” “데이트 비용 좀 분담하자면 찌질이, 결혼 비용 부족하면 무능력자라 불린다” “너무 힘들고 어려워 힘들다하면 젊은 놈이 뭐 힘드냐 젊은 사람이 무슨 한숨이냐 소리 듣고” “막말로 5060은 결혼이라도 했지 우린 결혼도 못해요” “게다가 애인도 없는데 성매매는 걸리면 전과자 되고, 야동도 보지 말라고 합니다. 우리 OO는 그냥 장식이랍니다” “이런 하소연 하고 화가 나서 몇 마디 하면 사회 부적응자 되고 낙오자 패배자 된다” “바꾸자하면 빨갱이 좌좀이니 말 듣고 너 앞일이나 잘 해쳐나가라는 소리 듣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글에는 추천이 500회 가까이 달렸다. “속 시원하다” “40대인 저도 힘듭니다” 등의 댓글과 함께다.

또 다른 네티즌은 “난 20대 후반 남잔데 요즘 20대 여자들이 제일 즐기면서 산다. 해외여행 가장 자주 가는 부류가 20대 여성이라는데, 결혼할 때는 남자가 집해오지 않느냐”는 동조의 글을 올렸다. 물론 반대가 찬성의 반 이상 달렸다. 한 20대 여성은 “젊을 때 내가 번 돈 내가 즐기고 결혼은 하든 안하든 상관없다는 주의인데 그렇게 아니꼬우면 결혼하지 마시죠” “어차피 나이 들어 결혼하면 남자가 원해서 결혼하는 것 아니냐”며 반론을 들었다.

결론은 “결혼하지 말자”였다. “남자들 돈 없으면 그냥 결혼 자체를 포기해버린다. 내 자식까지 노예 만들 수 없으니까” “결혼해야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생활 쪼들리며 적금 넣고 살다보니 굳이 이렇게까지 결혼해야하나 생각이 든다” “서울 집값, 전세가 3억~4억원이다. 직장인 평균 월급 3000만원이라 하면, 10년을 아예 안 쓰고 모아야 한다. 결론은 결혼 못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는 2014년 1.21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외국인과 결혼하는 비율은 2000년대 들어 10%를 넘어섰다. “결혼 안 한다”는 사회에 대한 반감을 넘어 이미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됐다. 이는 수치화로 드러난 지 오래다. 한 생물학자는 “대한민국의 저출산은 세포사멸과도 같다. 종족 번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개개인이 스스로 사멸을 택한 비극”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은 23일 국민들이 직접 몸으로 느끼는 ‘체감경제고통지수’를 발표했다. 여성의 체감경제고통지수는 21.1포인트로 남성의 18.1포인트보다 3.0 포인트 높았다. 특히 20대 청년의 체감경제고통지수가 40.6포인트로 전체 평균 19.5포인트를 훨씬 웃돌았다. 청년의 체감실업률은 37.5%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체감실업률이 높아 체감경제고통이 높았다. 서울의 체감실업률은 19.4%로 다른 지역 수준을 크게 앞질렀다. 소득별로는 저소득층의 체감경제고통지수가 34.2포인트로 높았다. 경제고통지수가 1포인트 상승한다는 것은 국민경제 차원에서 일자리 26.5만개가 감소한다는 뜻이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