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창조적 시선

입력 2015-03-23 10:10

요즈음 연일 쏟아지는 부정적인 뉴스들을 대하면서 사람에 대한 회의가 많이 일어납니다. 사회적인 인정을 받아야할 정치인들의 비상식적인 행태와 말 바꾸기 뿐 아니라, 분노와 화로 참지 못해 사람을 죽이고 폭행하고 가정에서 조차 차마 말하기도 싫은 폭력들이 난무합니다.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까지 할 수 있을까? 악한 사건들이 뿜어내는 독소들이 사람들의 괴물스러운 모습과 어우러져 우리가 사는 세상이 끔찍스럽게만 느껴집니다. 우리는 세상과 인간에 대해 점점 파괴적인 시선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사람은 알면 알수록 질려버리는 존재입니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이지요. 나를 알면 알수록 아프고 대면하기 겁나며 힘이 들어 외면해버릴 때가 많이 있습니다. 나를 직면하는 일이 그토록 힘이 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숲과 인간은 멀리에서 보아야지 가까이 가면 실망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반쪽 진리입니다. 멀리서 보아야만 더럽고 지저분하며 쓰레기 같은 너저분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맞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자라나는 작은 꽃과 생명력을 잃지 않고 안간힘을 다해 싹을 올려내는 생명의 기운이 있으며, 작은 신음과 살고자 하는 욕구와 함께 사랑받기 원하는 선한 눈망울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더러움과 추함 속에 남아있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인간 속에는 여전히 거룩함을 갈망하고, 사랑 받기를 원하며, 선한 모습을 갖고 싶어 하며, 서로를 보듬어 안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이 남아있습니다.

사실 사람의 깊은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여러 부정적이고 추하며 역겹기 까지 한 것들을 마주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은 굉장한 심미안을 지닌 사람일 것입니다. 그러한 안목을 갖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합니다. 어떤 말을 듣고, 어떤 짓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며, 어떤 관계를 맺더라도 “사람은 아름답다”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어야 사람을 끝까지 도울 수 있습니다. 우리도 다치지 않고 말입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 이야기’라는 이상억 교수님의 책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 악물고라도 사람이 아름답다고 말해야한다는 외침이 있습니다.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합니다.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것은 감정을 넘어서 결단이고 확신이고 의지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아름다운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기독교는 이 사실의 근거를 하나님의 창조하심에서 찾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그의 선하신 본성과 이미지를 통해 만들어 내셨기 때문에 사람은 선하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이해에서 출발합니다. 하나님의 창조물인 인간 속에 가장 귀중한 보화를 두었고 그것은 하나 밖에 없는 가치라는 희소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사랑하는 너무도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희망이 있습니다.

꽃 보다 아름다운 자신을 찾고 당신을 찾고 우리를 찾는 과정 속에서 창조적인 시선이 만들어집니다. 전쟁터와 쓰레기 더미에서도 꽃이 피어 나듯이 이 세상 속에서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사람들 속에서 꽃이 피어나며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삶들이 향기처럼 번질 것입니다. 사람이 세상을 이루는 것이지, 세상이 사람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창조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게되고 이웃의 아름다움을 찾아내며 세상을 아름답고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은 너무도 귀중한 존재라는 사실은 그냥 있는 말 뿐이 아닙니다. 내가 귀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거기서부터 창조적 시선과 안목과 행동이 나와 모두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하게 됩니다. 그러한 의미를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 계속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집중해 보시고 귀하게 여기시고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사람에 대한 기독교적 가치관입니다. 우리도 함께 서로에 대해 포기 하지 맙시다. 사람의 죄악성과 파괴성을 넘어 오시는 하나님의 성실하신 창조적인 시선을 따라 꽃 보다 아름다운 존재로 사람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용란 목사(대전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