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퍼가 사회 운동?… 구호와 인권은 동전의 양면”… 다일공동체 ‘다일평화인권운동’ 재출범

입력 2015-03-23 09:53

“예수님의 복음은 세상과 역사를 향한 것이지 신도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구원만이 아니라 '세상의 구원'을 위해 힘쓰는 것은 크리스천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앞에서 노숙인에게 급식 봉사를 하는 '밥퍼'로 잘 알려진 다일공동체가 지난 16일 인권 단체인 '다일평화인권운동'(다평인)을 재출범했다. 다평인은 1990년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출범했지만, 당시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한 채 문을 닫았다.

이미 자선 사업이 안정 궤도에 접어든 지 오래인 다일공동체가 25년이 흐른 뒤 다평인을 다시 만든 이유는 무얼까? 다평인을 이끄는 김기원(56) 목사는 “한 사람을 구호하는 도움의 손길과 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회적 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23일 밝혔다. 단순히 끼니를 해결해 주는 차원을 넘어 그런 환경을 만들어 낸 사회 구조의 모순까지 짚어내야 진정한 의미의 구호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목사는 “앞으로 평화나 생명 같은 복음적인 가치에 기반을 둬 남북·노동·인권 등 폭넓은 사회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평인이 사반세기 만에 다시금 시동을 건데는 다음달로 1주기를 맞는 세월호 참사의 영향이 컸다. 천주교나 불교계에 비해 그동안 개신교계가 참사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는 데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김 목사는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총체적으로 집약해 보여준 사건으로, 사회 가치관과 구조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금전적 이윤이 양보할 수 없는 생명, 평화, 인권 같은 가치를 압도해 버린 참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참사 이후 1년이 돼 가지만 진상 규명은 갈 길이 멀고 오히려 유족을 상대로 ‘이 정도면 되지 않았느냐’는 여론을 조성하는 사람들마저 있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역사의 새로운 분기점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평인은 재출범 이후 광화문 세월호 천막농성장뿐만 아니라 대한문 쌍용차 해고노동자 집회와 광화문역 지하보도 장애인 농성장 등지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한편 아직도 세월호 참사의 흉터가 여전한 경기도 안산시를 찾아 희생자 가족과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또 앞으로 DMZ 지역에서 ‘밥퍼’ 행사를 열어 남북 평화 분위기에 일조하는 한편 공동체에 소속된 외국인 노동자들의 근로 현장과 인권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