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드 축구인생 최악의 날… “46초 동안 이만큼 움직였습니다”

입력 2015-03-23 09:34
스티븐 제라드가 후반전 시작 46초 만에 퇴장을 당하자 트위터에서는 그의 활동량이라며 하프라인을 따라 빨간색 일직선을 그린 그라운드 그래픽이 올랐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버풀의 ‘영원한 캡틴’ 스티븐 제라드(35)가 평생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다. 선수인생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의 라이벌전에서 그라운드를 밟은 지 46초 만에 퇴장을 당했다. SNS에서는 제라드를 비웃는 패러디 열전이 벌어졌다.

리버풀은 23일 홈구장 안필드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에서 맨유에 1대 2로 졌다. 전반 13분과 후반 13분 맨유의 미드필더 후안 마타(27·스페인)에게 멀티 골을 얻어맞고 주저앉았다. 후반 23분 공격수 다니엘 스터리지(26)의 만회골로 추격을 시작했지만 맨유의 골문은 마지막까지 열리지 않았다.

리그 4위 맨유와 5위 리버풀의 순위는 평행선을 그렸다. 맨유는 승점 59점(17승8무5패)으로 2위 맨체스터시티(승점 61)를 승점 2점차로 추격했다. 한 경기의 결과에 따라 2위로까지 도약할 수 있다. 반면 리버풀은 승점 54점(16승6무8패)을 유지해 상위권 진입에 제동이 걸렸다.

패배보다는 제라드의 불명예스러운 퇴장이 더 안타까웠다. 제라드는 0대 1로 뒤진 후반전 시작과 함께 브랜든 로저스(42) 감독의 지시를 받고 그라운드로 등장했다. 맨유는 전력이 비슷했던 2000년대까지만 해도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리버풀의 라이벌이었다. 제라드에겐 1987년 리버풀의 유소년 팀에서 시작해 이적 없이 28년을 보낸 선수인생에서 마지막일 수도 있는 ‘레즈더비’였다. 제라드는 프리미어리그의 휴식기이자 미국 메이저리그의 이적시장이 열리는 오는 7월 LA 갤럭시로 옮긴다.

제라드는 그러나 전광판이 후반 1분을 가리키기도 전에 퇴장을 당했다. 맨유의 미드필더 안드레 에레라(26·스페인)과 공을 다투다가 고의적으로 발목을 밟아 레드카드를 받았다. 그라운드를 밟은 지 46초 만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리버풀의 전설로 남을 ‘영원한 캡틴’ 제라드는 어느 때보다 안방 관중들의 투쟁심이 높아지는 ‘레즈더비’에서 엉뚱한 행동을 저지른 뒤 그라운드 밖으로 쓸쓸하게 나갔다.



SNS에서는 세계 축구팬들의 조롱이 쏟아졌다. “후원사의 초청을 받고 안필드를 방문한 펠레(75·브라질)가 제라드보다 그라운드에서 더 오래 있었다” “후반전 45분에 추가시간 1분을 더해 46분을 뛰라는 감독의 지시를 46초로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안필드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일지도 모를 레즈더비에서 콥(리버풀 서포터스)에게 확실하게 작별인사를 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제라드의 활약상이 담긴 중계방송 영상에 ‘46초 퇴장’과 관련한 대사를 넣은 패러디물도 잇따랐다. 한 네티즌(@cog***)은 주장 완장을 찬 제라드가 선수들을 모아 기합을 불어넣는 장면에 “잘 들어! 난 라커룸으로 간다”고 적어 네티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선수의 활동반경을 보여주는 그래픽에서 그라운드의 하프라인을 따라 빨간색 일직선을 긋고 ‘제라드의 활동량’이라고 표시한 한 네티즌(@GeniusFoo*****)의 트윗은 1만4000건 넘게 재배포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