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버지의 높은 지위를 아들도 이어가는 이른바 ‘신분 대물림'이 정치 분야에서 심하다는 분석이 나와 흥미를 끌고 있다.
데이터 경제학자인 세스 스테펀스-데이비도위츠는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우리가 얼마나 가문 위주인가'라는 기고문에서 상원의원, 주지사 등 고위 정치인의 ‘신분 대물림'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가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 남성과 이들의 아버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로는 아버지에 이어 아들도 주지사를 지낸 경우는 51명 중 1명꼴이었다. 이는 주지사가 아닌 사람을 아버지로 둔 자녀가 주지사에 당선되는 비율과 비교하면 6000배 높은 것이다.
또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상원의원을 지낸 경우는 47명 중 1명꼴이어서 비(非) 상원의원 자녀가 배지를 단 경우보다 8500배 높았다.
조지 H.W. 부시와 조지 W.부시는 차례로 대통령을 지내기도 했다.
이는 사례가 한건 밖에 없어 통계의 유효성이 떨어지지만, 비 대통령의 아들이 대통령에 오른 비율보다 140만배 높은 것이다.
다른 주요 신분의 대물림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육군 장성이 비교 대상보다 4582배 높고 유명 최고경영자 1895배, 퓰리처상 수상자 1639배, 그래미상 수상자 1361배 등이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고위 정치인에는 미치지 못했다.
스테펀스-데이비도위츠는 일부 신분에서는 고위 정치인보다 대물림이 심한 일도 있다고 지적했다.
키가 실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는 상원의원의 대물림 확률보다 11분의 1가량 높았다.
또 억만장자(2만8000배)와 TV 스타(9300배)도 상원의원보다 높게 나타났다.
스테펀스-데이비도위츠는 이 같은 통계 때문에 고위 정치인의 대물림을 지나치게 비판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케냐 출신과 미국 캔자스 주 출신 사이에서 태어난 버락 오바마가 2008년에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으며, 미국 상원의원의 90%는 아버지가 고위 정치인이 아니라는 것을 고려하면 미국에는 신분 상승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3대 세습을 한 북한을 포함해 미국보다 상황이 안 좋은 나라도 많다고 덧붙였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아버지 이어 아들도 상원의원”…미국 ‘신분 대물림’ 심해
입력 2015-03-23 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