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타계한 ‘싱가포르의 국부(國父)’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는 26년의 재임기간 동안 부존자원이 없는 작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를 세계적인 금융 및 물류 중심지로 탈바꿈시켜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부상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 1순위로 리 전 총리를 꼽으며 존경해 온 싱가포르 국민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리 전 총리는 지난 2011년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살던 집을 헐어버리라는 유언을 가족에 미리 남겼다고 말했다. 또 2013년 펴낸 자서전 ‘한 사람이 바라본 세계’에서 만약 자신이 움직이지 못하고 인공 호흡기로 연명하게 된다면 “의사들은 호흡기를 제거하고 나를 떠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사전 의료 지침’을 미리 작성한 뒤 변호사와 의사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리 전 총리는 1959년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지에서 자치령으로 승격했던 시절부터 자치정부 총리를 맡았다. 이어 싱가포르가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초대총리를 역임하며 1990년까지 싱가포르를 이끌었다. 그는 싱가포르를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하는 등 탁월한 국가성장 전략을 폈으며, 이를 통해 싱가포르는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5만4000달러(약 6100만원)에 달하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부국이 될 수 있었다.
리 전 총리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그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싱가포르 총리를 지내고 있는 리셴룽 총리와 부자지간으로 우리나라의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과 비견된다. 리 전 총리는 1979년 방한해 박 전 대통령을 만났으며 당시 그 자리에는 퍼스트레이드 역할을 하던 박 대통령이 배석해 통역을 맡기도 했다. 2000년에 낸 회고록 ‘제3세계에서 제1세계로’에서 리 전 총리는 당시 만남을 언급하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한국의 성공을 위한 그의 강한 의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그가 없었다면 한국은 결코 산업화를 이루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이 인연으로 2008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던 박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리 전 총리 부자를 예방하기도 했다.
그는 총 네 차례 방한하면서 박 전 대통령 외에도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을 모두 만났다. 이밖에도 중국 공산당 혁명을 이끈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히로히토 일왕 등을 만나 활발히 외교활동에 나서는 등 전후 아시아 역사의 산증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종선 기자
별세 리콴유는 누구… 가장 존경하는 인물 1위
입력 2015-03-23 0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