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사라져가는 마을 펍(pub·영국식 술집)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펍은 영국의 중요한 문화유산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마을 펍이 사라지는 것을 막으려면 펍에 안 가는 사람에게 세금이라도 물려야 하는 것 아닌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셰익스피어, 크리켓, BBC 처럼 영국의 유산 가운데 하나인 마을 펍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는데 이를 막으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같이 반문했다.
영국 지역사회에서 펍의 위상은 대단했다. 부동산 중개업체는 매물로 내놓은 집을 소개할 때 ‘마을 펍에 가깝다’는 것을 가장 큰 이점으로 내세울 정도였다. 그러나 영국 경제문제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영국의 펍은 1982년 6만7800개에서 2002년 6만1000개로, 지난해는 4만8000개 수준으로 급감했다.
FT는 주류업체들의 술값 인상, 정부의 세금 인상, 흡연 금지, 슈퍼마켓에서 파는 값싼 술, 보조금을 받는 웨스트민스터(국회의사당) 주변의 안락한 바에 앉아 사라지는 마을 펍에 신경을 안 쓰는 정치인들이 펍의 존재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마을 펍 시대는 끝났다”면서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때 영국 은행들을 구제했던 것처럼 사라져가는 마을 펍을 구제하는 발상을 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당시 많은 영국 은행들이 시장 논리에 의해 사라질 운명이었으나 세금을 투입해 은행들을 구제했다. 펍을 살리기 위해서 펍에 안 가는 사람에게 세금을 물리는 적극적인 방법이 불가능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英, 마을 펍이 사라진다… 강력한 대책 강구해야”
입력 2015-03-23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