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이라크·아프간전 포로 학대 사진 공개하라”

입력 2015-03-22 17:35
미국 법원이 정부에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미군이 적군 수감자에 자행한 학대 장면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사진 공개 문제를 놓고 정부와 수년간 논쟁을 벌여온 인권단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뉴욕연방지방법원 앨빈 헬러스타인 판사는 전날 정부 측에 판결 결과에 따라 이들 사진을 공개할지 아니면 상급 법원에 항소할지 2개월 이내에 결정하라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은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사진 공개는 억류자 학대가 정부의 책임인지를 놓고 현재 진행되는 공방에서 진실을 밝히는 데 꼭 필요하다”며 제기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사진이 공개되면 폭력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해외 미군과 미국인이 공격을 받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밝혀왔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등이 미국 정부 시설이나 미군 병사 등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헬러스타인 판사는 의회가 2009년 미국 국방장관으로 하여금 미국인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자료의 공개를 유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미국 정부가 이 법에 따라 공개를 막는 데 필요한 충분한 정당성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되는 사진의 정확한 숫자와 내용은 불명확하지만 AP 통신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내 7곳의 수용 시설에서 찍은 29장이 공개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또 정부가 제출한 소송 자료를 인용해 일부 사진은 미군이 두건을 씌우거나 수갑을 채운 억류자의 머리에 권총 등을 겨누는 장면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미군들이 바그다드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이라크 포로들을 고문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주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공개돼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옷을 모두 벗긴 수감자 옆에서 웃음을 지었던 린디 잉글랜드를 포함한 11명의 미군이 군사법정에서 성적 학대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이번 판결에 대해 국방부 측은 판결문을 검토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